서울 통근자 '도돌이표' 공약에 한숨

19대 총선 이후 선거마다 등장
지난해엔 D·E 노선 마련 약속도
시작역 이달 착공 가시화 B노선
민자 구간 PF 난항에 사업 지연

▲수인선 원인재역 퇴근 시간대 풍경. 인천1호선에서 환승하기 위한 시민들로 플랫폼이 붐비는 모습이다./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수인선 원인재역 퇴근 시간대 풍경. 인천1호선에서 환승하기 위한 시민들로 플랫폼이 붐비는 모습이다./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2018년 이후 2~3년간의 부동산 시장 급등기를 겪으며, 인천과 경기 사람들은 '서울행' 철도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신설 노선에 '서울'이란 두 글자만 붙어도 연관된 동네 아파트값과 땅값은 순식간에 치솟았다.

이 경험은 지역 민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국회의원부터 구의원까지, 광역철도·GTX·KTX 등 명칭도 복잡하고 예산 부담도 큰 철도 공약을 쏟아내도, 유권자들은 쉽게 마음이 흔들렸다.

대선은 전국 최대 권력을 가르는 선거다. 이번 대선에서도 수도권을 겨냥한 각종 철도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철도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 그만큼 흔들릴 수밖에 없는 표심이 또다시 서울 이웃 도시들에서 진동하고 있다.

인천지역 GTX 공약이 선거철에 등장한 건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9대 총선 당시, 황우여 당선자는 'GTX 송도~청량리 구간 건설 추진'을 내걸었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도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등의 후보자들은 “GTX-B 노선을 조속하게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작년 총선 직전인 3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인천을 찾아 “예전에 서울과 인천 통학하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오랜 시간 지하철을 타면서 영어 단어도 외우고 공부도 했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갈 것”이라며 GTX-B 노선 착공을 시작으로 인천 전역에 B, D, E 노선을 마련해 서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좋아지게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GTX-B 노선은 전 대통령 언급에서 1년이 넘도록 착공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달 중에는 B노선의 시작역 '인천대입구역' 착공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B노선은 오는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수도권 주요 거점역을 30분대로 연결할 예정이었다.

GTX-B 재정구간은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하고 착공했지만, 민자구간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어려움으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었고 공사비 인상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

D, E 노선 경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안갯속이다.

차기 대통령 대선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모두 '임기 내 GTX 개통 및 착공'을 공약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수면 위로 향하는 GTX 공약은 인천·경기시민 입장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되풀이되는 '철도 약속'은 기대보다는 피로를, 희망보다는 회의를 남겨왔다.

수도권 교통망 확충은 사업이 더딜수록 절실함만 더해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대선 주자들이 인천과 경기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응답해야 한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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