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회복.치유 문제로 접근해야] 상
도·시·군 예산, 예방만 집중
사회적 낙인 '청정국' 걸림돌
시설 확장·이전, 반대로 난항
출소 후 재활·복귀 지원 필수
통합 지원기관 없는게 현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은 과거의 '마약청정국'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곧 단속 중심의 대응이 더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해마다 마약 예방사업에 예산을 투입한다. 하지만 마약 증가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매년 범죄에 비춰볼 때, 미미한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또 사법 처리만을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중독을 '범죄'로만 보는 시각이 여전해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독자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체계 없이 단속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인천일보는 마약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전문가 시각을 중심으로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24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와 시·군은 매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마약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펴고 있다. 도의 경우 2023~2025년까지 8억여원을 편성해 해마다 1만회 이상 예방 교육을 했다. 시흥, 의정부, 수원, 화성, 고양, 파주, 안산 등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데, 최근 3년간 4억9200만원 이상을 썼다.
이 예산은 예방 사업에만 치중됐다. 마약 증가세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업으론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경기지역 마약사범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5000~6000명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드러나지 않은 사범이 최소 10배에서 최대 40배 이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약에 손을 댄 10명 중 3명 이상(재범률 35% 이상)이 다시 투약을 하는 악순환을 끊지 못해 사실상 중독 치료도 예방만큼 중요하다는 게 학계 시각이다. 도의회나 학계에선 치료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마약 사용자를,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가 아닌 범죄자로만 인식하는 '사회적 낙인'이 마약청정국을 위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 폐원한 도내 유일 마약중독재활시설 사태가 있다. 이 시설은 합숙 형태로 24시간 함께 지내며 운영해 오던 민간마약중독재활센터다. 2012년부터 15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등 국내에선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됐다. 그러나 더 많은 인원 수용을 위한 확장을 추진하던 중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이 시설이 들어서는 지자체가 앞장서 중단 행정명령을 내리거나 고발하는 등 시설을 문제 삼기도 했다.
2027년 사용허가 기간이 종료되는 공공마약중독센터도 주민 반발 등으로 이전 부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경기지역에 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체계가 갖춰진 것도 아니다. 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은 치료기관 지정 후 15년이 지났으나, 지난해까지 마약만을 위한 전담 의료 인력은 없었다. 용인정신병원, 이천소망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치료보호기관 7곳 중 3곳이나 전문가가 없던 셈이다.
입원 치료도 제한적이었다. 계요병원은 마약 치료 병상 10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담당 인력 부족으로 입원실을 운영하지 못했었다. 2023~2024년 치료 실적을 보면 경기도립정신병원(14건)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0건'이다.
중독 치료를 받은 이들을 지원한 치료비는 최근 3년간 15억9129만원인데, 인천 등 다른 지역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특히 마약중독자의 경우 출소 이후 치료 및 재활, 사회복귀 등을 위한 통합 지원체계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기능을 전문적으로 갖춘 기관은 없다.
그나마 올해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공공마약중독센터가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해당 병원의 경우 마약 전담 병상이 10개 있다. 관련 예산은 9억원이다. 올해에만 533명이 이 병원을 다녀갔고, 41명이 신규로 입원했었다.
전문가나 도의회 차원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정경자(국·비례) 도의원은 “지금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치료를 원하는 사람이 진입하기가 어렵다”며 “마약 중독이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인식 전환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병선 오산대 사회복지상담과 교수는 “퇴원·출소 직후 공백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댈 가장 위험한 시기인데, 이를 관리할 시스템이 없다”며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시스템이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