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200억·방산 150억·에너지·K-컬처 묶은 초대형 패키지
스타게이트·SMR·콘텐츠 클러스터로 경제공동체 구상

▲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1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의 이재명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 성과 관련 브리핑에 이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1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의 이재명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 성과 관련 브리핑에 이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1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350억달러(약 52조원) 이상 규모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끌어냈다.

양국은 인공지능(AI)·방산·에너지·K-컬처를 묶은 ‘전략경제 동맹’ 구상을 공식화하며, 잠재 협력 규모만 1천억달러(약 150조원)를 웃도는 ‘백년 동행’ 청사진을 내놨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이날 UAE 아부다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의전과 수사에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동맹의 출발점”이라며 “정상 간 합의 사항이 빠른 시일 내 구체 성과로 이어지도록 양국이 수시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의 기반에는 지난 13일 선발대로 아부다비에 들어온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단’ 활동이 깔려 있다.

강 비서실장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양국 협력이 불가역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상 공동선언문에 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특사단은 모하메드 대통령 예방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UAE의 한국 담당 특사인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술탄 알 자베르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등을 잇달아 만나 에너지·산업·AI 협력 방안을 조율했다.

강 비서실장은 “기대되는 성과가 AI 협력 200억달러, 방산 수출 150억달러”라며 “K-컬처는 시장가치로 환산할 경우 704억달러 수준으로, 에너지·우주·바이오헬스·지식재산을 포함한 전체 패키지 잠재 가치는 1000억달러를 넘는다”고 말했다.

UAE가 기존에 약속했던 300억달러 규모 대(對)한국 전략투자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도 공개했다.

핵심 축은 AI다.

하정우 수석은 “한국과 UAE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AI와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입법·제도까지 함께 설계하는 ‘AI 시대 전략 동반자’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국가AI전략위원회와 UAE AI첨단기술위원회(AIATC) 간 ‘한-UAE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해 ▲AI 투자 ▲AI 인프라 구축 ▲AI 공급망 확장 ▲산업·공공 서비스 AI 적용 ▲AI 규범·제도 마련 등 포괄적 협력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워킹그룹을 두기로 했다.

별도로 체결된 ‘AI 분야 협력 MOU’에는 AI 공동 연구, 기업·전문가 교류, AI 규제 샌드박스·인증 정보 공유, UAE 내 AI 데이터센터 설립 및 산업별 AX(디지털·AI 전환)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 참여를 촉진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장급 AI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양국의 AI 정책·규범을 상시 공유하기로 했다.

UAE가 추진 중인 대형 AI·에너지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한국이 본격 합류한다.

하 수석은 “초기 투자 규모만 약 30조원에 달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함께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를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며 “원전·가스·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전력망과 반도체 공급망 협력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진출 기회도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놨다.

항만 물류 등 ‘피지컬 AI’ 협력도 새로 열린 분야다.

양국은 시범사업으로 부산항과 UAE 칼리파항을 연결하는 ‘AI 항만 물류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해 해운·항만 현장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정부·기업·전문기관이 참여하는 분야별 워킹그룹을 연내 가동해 피지컬 AI, 물류·로봇 분야에서 조기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국방·방산 협력은 단순 장비 수출·교육훈련 단계를 넘어 ‘완성형 가치사슬’ 구축으로 진화한다.

강 비서실장은 “공동 개발,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수출을 추진하고, UAE의 한국산 장비 독자 운용 능력 확보를 지원하는 협력 모델을 검토 중”이라며 “이런 구조가 갖춰지면 방산 수출만 15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아프리카는 물론 유럽·북미 등 제3국 시장을 함께 개척할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에너지·자원 분야 협력은 ‘바라카 이후’를 겨냥한 패키지형 모델로 재편된다.

UAE는 석유·가스·석유화학 등 전통 에너지뿐 아니라 원전, 지속가능 연료, 수소, 청정에너지 등에서 한국과의 포괄적 협력 의사를 밝혔다.

양국은 현재 400만 배럴 규모인 한국·UAE 석유공사 간 원유 비축 협력 사업을 1천만 배럴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2배·3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LNG·LPG·암모니아·조선 분야에서도 구체 프로젝트 발굴 요청이 이어졌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하 수석은 “바라카 원전이 약 200억달러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후속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 수소·암모니아,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재생에너지, 스마트플랜트를 묶는 패키지형 프로젝트는 이를 뛰어넘는 ‘차세대 통합형 해외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전력(KEPCO)과 UAE 원자력공사(ENEC)는 제3국 원전시장 공동 진출 협력 MOU를 체결했고, 핵심광물 등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화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K-컬처 협력은 ‘UAE K-City’ 구상으로 구체화됐다.

강 비서실장은 “AI를 기반으로 첨단산업, 기술, 의료, 우주·항공, 방산, K-팝·드라마·게임·뷰티·관광을 포괄하는 신개념 복합 클러스터인 ‘UAE K-City’ 조성 제안에 UAE가 적극 호응했다”며 “단순 산업지구나 문화단지가 아니라 미래산업·기술·문화·인재·투자·시장을 하나의 생태계에서 구현하는 ‘전주기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동지역 K-컬처 시장가치는 2025년 약 441억달러, 2030년에는 70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방산, AI·데이터센터, 에너지·자원, UAE K-City와 결합된 K-컬처에서 창출될 경제적 성과는 숫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수준”이라며 “한국에는 신흥 시장 확장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새 거점이, UAE에는 미래산업 지식·기술 허브로 도약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부다비=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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