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아이 성인 때까지 체류 보장해달라” 절규에 인도적 예외 검토 주문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비자 제도도 예외 만들 수 있게 협의하겠다”
한인 비자·교육·보훈·경제 현안, 동포 간담회서 ‘생활 밀착’ 국정과제로 부상

이재명 대통령이 튀르키예(터키) 동포·지상사 간담회에서 현지 다문화 가정의 ‘혼인비자 체류 불안’ 문제를 집중적으로 청취하고, 튀르키예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예외적 제도 개선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우자 사망이나 이혼 시 불과 15일 안에 출국해야 하는 현행 제도가 미성년 자녀를 둔 한국인 배우자들에게 사실상 ‘추방 통보’로 작용하고 있다는 튀르키예 동포들의 목소리에 정부 차원의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앙카라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튀르키예 동포·지상사 간담회’에서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의 건의 발언을 들은 뒤 “결혼했는데 남편이나 아내가 사망하면 그때부터 15일 안에 출국해야 한다는 건데, 해외 교민 자녀를 둔 분들 입장에서 상당히 가혹한 일”이라며 “튀르키예 대통령께 대한민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말씀하신 만큼, 다른 나라보다 예외를 만드는 제도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황수진 튀르키예연합회 다문화 총무 등 현지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은 “튀르키예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상당수가 혼인비자로 살고 있는데, 배우자 사망이나 이혼 시 비자가 바로 효력을 상실해 15일 안에 떠나야 한다”며 “미성년 자녀를 두고 한국행을 선택하기도, 아이를 데리고 모든 걸 정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최소한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는 거주를 보장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비자 제도는 한 나라의 일반적인 시스템이라 특정 교민 집단에만 별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튀르키예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만큼 인도적 차원의 예외를 요청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에도 이런 상황을 인도적 관점에서 검토해달라고 주문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함께 쓰는 새로운 역사,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동포·경제인·지상사 대표 등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권 후 첫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선 혼인비자 문제 외에도 한국전 참전용사 예우, 이스탄불 한국전 참전비 건립, 재외 동포 자녀의 한국 체험학습 제도 개선, 현지 대학 한국어 강좌 유지와 한국어 교수 비자 지원, 중소기업 해외 진출과 동포 경제 네트워크(월드옥타) 연계 등 다양한 현안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앙카라·이스탄불 등지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튀르키예 청년이 많은데, 외국인 교수 노동비자 문제로 강좌가 폐강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해외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한국 학교 ‘청강 시스템’에서 담임교사의 거부로 기회를 잃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재외 동포 자녀들이 일시 귀국해 체험학습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교육청과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한국전 참전용사 예우와 관련해선 “실종·전사자에 대해 생존 참전용사와 동일한 훈장과 표창 수여를 검토하라”고 보훈부에 이미 지시했다며, 이스탄불 참전 기념공원 조성도 “대사관과 함께 터키 정부와 협의하고, 필요하면 대한민국 정부가 건립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 국가, 군사적 역량 세계 5위 수준, 문화 역량은 거의 ‘탑’으로 평가받는 나라가 됐다”며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성장하는 데 튀르키예가 큰 기여를 했다”고 한·튀르키예 관계의 역사적 인연을 되짚었다.
또 “여러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짜 외교관이자 얼굴”이라며 “걱정되는 나라에서 걱정되지 않는 든든한 나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이 여러분을 걱정해주고 지지자가 돼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앙카라=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