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원전·바이오·신재생에너지 한묶음으로
10년 멈췄던 경제공동위 재가동·FTA 손질 전망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3년 만에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해 방위산업·원전·바이오·신재생에너지·첨단기술을 아우르는 협력 구상을 내놨다.

이를 묶은 패키지 협력을 전면에 내세워 한-튀르키예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를 제 임기 첫해에 국빈 자격으로 찾게 돼 매우 뜻깊다”며 “오늘 논의한 사항들이 무엇보다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한국 대통령의 방문을 오랫동안 희망해 왔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두 정상은 1957년 수교 이후 안보·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전 분야에 걸친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2012년 맺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방산·원전·바이오·신재생에너지·첨단기술로 확장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방향성을 담은 ‘한-튀르키예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해 양국 관계의 새 이정표로 삼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특히 공을 들인 분야는 방산과 에너지다. 양국은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 사업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하면서 공동생산, 기술협력, 훈련 교류를 확대해 추가 프로젝트를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모두 방산 강국 도약을 모색하는 만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분야에서도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한 튀르키예 신규 원전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양국 정부가 정책·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전과 튀르키예 원자력공사 간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과 안전 운전 역량이 튀르키예 원전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에선 튀르키예 정부가 추진하는 ‘혈액제제 자급화 사업’에 한국 기업 SK플라즈마가 참여하는 최종 계약 체결이 공식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혈맹’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이번 사업의 의미가 더욱 크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관심에 사의를 밝혔다.

인프라와 에너지 전환도 협력 축으로 명시됐다.

양국은 차낙칼레 대교, 유라시아 해저터널 등 그간의 대형 프로젝트를 ‘모범적 협력 사례’로 평가하며, 이번에 체결된 도로 인프라 협력 MOU를 계기로 철도·항만 등 교통 인프라 전반으로 협력을 넓혀가기로 했다.

재생에너지·청정 수소·배터리·전력망 현대화 등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도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CS 윈드와 튀르키예 에네르지사 간 풍력 발전 MOU를 첫 성과로 삼았다.

AI(인공지능)·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은 양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대차 이즈미르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된 점을 언급하며 “한국 투자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공동성명에는 인공지능·디지털 전환 등 신흥 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동 혁신 플랫폼 구축 방안도 담겼다.

양국은 실질 협력의 거버넌스 역할을 할 ‘경제공동위원회’를 10년 만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2015년 이후 열리지 않았던 회의를 복원해 분야별 진전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튀르키예 측이 제안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도 이 틀 안에서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양측은 “협력 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후속 절차를 신속히 밟겠다고 했다.

사람과 문화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 외교’도 강화한다. 양 정상은 문화원 활동과 교육·관광 교류를 확대해 미래세대 간 상호 이해를 넓히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OTT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튀르키예 음식·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며 “태권도장과 한글 교육기관 등 기존 거점을 활용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형제국 외교’의 뿌리인 참전 인연도 재조명됐다.

양국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예우 강화를 위해 보훈 협력 MOU를 체결하고, 참전용사 가족·후손 지원과 공동 추모 행사, 관련 기관 간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국빈 만찬에는 튀르키예 참전용사와 배우자들이 초청돼 상징성을 더했다.

정상회담에선 한반도와 중동 정세 등 안보 이슈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중동 평화 증진을 위한 튀르키예 정부의 역할을 평가하며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튀르키예 측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공동성명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안정에 대한 지지, 남북 교류 확대와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대화 노력 지원이 명문화됐다. 양측은 테러리즘·난민 문제 등 글로벌 현안에도 공조하고,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유엔·G20·OECD·MIKTA 등 다자 무대에서의 공조를 이어가는 한편, 이번 국빈 방문에 이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한 등 정상급 셔틀외교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튀르키예의 ‘형제 국가’로서 오늘 채택한 공동성명이 양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좋은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며 “미래 세대까지 든든히 이어질 우정과 협력을 위해 약속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앙카라=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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