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30주년 맞춰 평화 촉진자 역할 분담
경제·사회·교육·문화·방산 포괄 파트너십 시동

이재명 대통령이 한·이집트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평화·번영·문화 융성의 ‘공동협력 파트너십’으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세파) 추진과 사회보장협정 타결, 교육·문화·방산 협력 확대를 축으로 한반도와 중동을 잇는 전방위 협력 구도를 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카이로 알 이티하디야 대통령궁에서 압델 파타흐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111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난 30년간 쌓아 온 마음의 거리는 그 어떤 파트너 못지않게 가깝다”며 “양국이 평화와 번영, 문화 융성을 위한 공동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중동·아프리카 순방의 두 번째 방문국으로 이집트를 찾은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 대통령과 알시시 대통령은 먼저 한반도와 중동 정세를 논의하며 양국을 ‘평화 촉진자’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알시시 대통령께서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을 열겠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전적인 지지를 표했다”고 전했다.
또 “이집트가 가자지구 휴전과 재건,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 정부도 가자 난민이 겪는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 이집트와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와 중동지역 평화를 위한 서로의 역할을 지지하며 국제평화를 위해 계속 연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경제·사회 분야에서는 제도적 협력 기반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를 ‘북아프리카 최대 제조업 기반국이자 아프리카·중동·유럽을 잇는 핵심 허브’, 한국을 ‘성공적인 발전 경험과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가진 국가’로 규정하며 “양국 경제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날 ‘한·이집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파는 광범위한 경제협력을 뒷받침할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양국 간 CEPA 협상이 조속히 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을 매개로 한 교류·협력 확대에도 뜻을 모았다.
양국 국민의 삶에 직접 연결되는 사회보장 분야 협력도 진전을 봤다.
이 대통령은 “‘한·이집트 사회보장협정’이 타결된 것을 환영하며,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늘릴 수 있도록 조속히 협정을 정식 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연금·사회보험 이중 부담을 줄이고 인력 교류를 뒷받침할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양해각서(MOU) 서명식에서는 교육·문화 분야 협력이 앞섰다.
첫 번째로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이집트 문화부 간 문화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가 서명됐다.
한국 측에선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집트 측에선 아흐메드 한노 문화부 장관이 서명자로 나섰다. 오후 1시27분 조 장관이 왼쪽, 한노 장관이 오른쪽에 나란히 앉아 문서에 서명했고, 뒤편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알시시 대통령이 착석한 채 이를 지켜봤다. 서명 직후 양국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한 뒤 서명 문서를 교환하고, 두 정상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두 정상은 가볍게 목례로 화답했다.
이어 한국 교육부와 이집트 교육·기술교육부 간 교육 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서명식이 진행됐다. 조현 장관과 무함마드 압델 라티프 교육·기술교육부 장관은 오후 1시30분 다시 좌우로 마주 앉아 문서에 서명했고, 1분 뒤인 1시31분 서명대를 떠나 중앙에서 악수한 뒤 양 정상에게 문서를 들어 보이며 기념 포즈를 취했다.
이날 체결된 교육·문화 협력 MOU에는 시청각·공연예술, 출판, 박물관·도서관 교류에서부터 과학·기술·직업교육, 교육의 디지털 전환까지 양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연계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사회 발전과 성장에 있어 교육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했다”며 “교육 분야에서 축적해 온 전문성과 경험을 함께 나누며 양국의 교육 현장이 함께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집트는 중동지역 문화 콘텐츠의 선도국이자 K-드라마, K-POP, 한식, 한국어 등 K-콘텐츠의 인기가 매우 높은 나라”라며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 양 국민 간 문화 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했다.
전통적 중점 협력 분야인 방산에서도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K-방산이 전 세계로부터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며 “K9 자주포 공동생산으로 대표되는 양국 방산 협력이 앞으로 FA-50 고등훈련기, 천검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알시시 대통령도 한국의 방산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표하며 공동생산 등 호혜적 협력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알시시 대통령의 환대에 감사드린다”며 “오늘 양국이 함께 논의한 방안들이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와 공식 오찬에 이어 카이로대학에서 연설을 하고, 저녁에는 현지 동포들을 초청한 간담회를 갖는다. 카이로대 연설에선 한반도와 중동을 잇는 ‘평화·번영 구상’과 함께, 이번 순방을 통해 가다듬은 대(對)중동 전략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집트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21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순방 일정을 이어간다.
/카이로=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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