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아흐람에 경제·문화·평화 로드맵 제시
삼성·LG·K9·KOICA 잇는 실물·인적 협력 부각
비전2030 겨냥해 한국 기업 진출·평화 파트너십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 두 번째 방문국인 이집트에서 경제·문화·평화를 아우르는 대(對)이집트 구상을 본격화했다.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과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집트 유력 일간지 ‘알 아흐람’에 기고문을 싣고 한·이집트 협력 비전을 먼저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8000㎞ 떨어져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깝다”며 1995년 수교 이후 30년 동안 쌓인 신뢰를 ‘문명과 강의 역사’로 풀어냈다.
나일강 범람을 기록한 파피루스와 한강, 직지심체요절을 나란히 언급하며 두 나라가 모두 대륙·문화·교역의 가교이자 강대국 이해가 교차하는 전략 요충지라는 점을 공통분모로 제시했다.
갈등과 압박 속에서도 평화를 일궈온 경험이 양국을 잇는 정신적 토대라는 인식이다.
실물 협력 성과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베니수예프·샤르키아주 삼성·LG 공장에서 생산되는 TV·세탁기·스마트폰이 이집트인의 삶을 바꾸고, 한국 기업이 만든 메트로 전동차가 카이로 시민의 발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년 양산을 앞둔 한화에어로스페이 K9 자주포 현지 생산공장까지 더해지면, 양국 협력은 가전·인프라를 넘어 방산·안보로까지 확장되는 그림이다.
교육·문화 협력은 미래지향 축으로 제시됐다.
KOICA가 설립한 한·이집트 기술대학에서 이집트 청년들이 기계·전기·자동차 기술을 배우는 사례를 들며, “교육은 지식 이전을 넘어 어려운 현실을 바꾸는 힘”이라고 했다. K-드라마·K-뷰티·K-푸드가 유구한 이집트 문화와 만나고 있다는 점도 소개하며, 상호 호감이 “모든 협력의 가장 튼튼한 기초”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 협력도 언급했다.
가자지구 사태에서 중재 역할을 해 온 이집트의 ‘외교적 인내’를 평가하면서, 한국 역시 70여 년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상기시켰다.
북핵 고도화와 남북 대화 단절을 거론하며 “현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며 실용적·단계적 해법을 통한 비핵화와 교류 확대 구상을 밝혔다. 중동 평화에 기여해 온 한국과 한반도 평화를 지지해 온 이집트 간 ‘평화 파트너십’을 넓히겠다는 메시지다.
알시시 대통령의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2030’을 “야심찬 계획”으로 평가하며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대한민국”이라고 못 박은 대목에선, 이집트의 경제·에너지·도시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을 깊숙이 참여시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150년 역사를 지닌 알 아흐람 지면을 택한 것도 상징성이 크다.
이집트 근현대사가 축적된 ‘국민신문’에 한·이집트 동행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정상 간 담판을 넘어 국민 여론 속으로 직접 들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카이로=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