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동번영·문화 교류 3축 비전 제안
가자 1000만달러 지원·CEPA·교육·K-할랄푸드 협력 청사진
사다트·알시시 평화유산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가자 지원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한반도와 중동을 연결하는 새로운 대(對)중동 구상으로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한·이집트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평화·번영·문화 협력을 아우르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을 잇는 청년·교육·문화 네트워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 강연에서 “이집트, 나아가 중동과 대한민국이 함께할 비전으로 ‘샤인 이니셔티브’를 제안한다”며 “S는 안정(Stability), H는 조화(Harmony), I는 혁신(Innovation), N은 네트워크(Network), E는 교육(Education)을 뜻한다”고 밝혔다.
또 “평화, 번영, 문화 세 가지 영역에 걸친 ‘샤인 이니셔티브’를 토대로 중동과 한반도가 상생하는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전 세계에서 처음 방문한 대학이 카이로대라는 점을 강조하며 청년층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한 세대 만에 양국은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고, 교역·투자와 인적·문화 교류로 토대를 견고히 쌓아왔다”며 수교 30년의 성과를 상기시켰다.
SHINE 이니셔티브의 첫 축은 ‘안정과 조화’를 기반으로 한 평화 비전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와 중동이 모두 “열강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을 짚으며, 1919년 한국 3·1운동과 이집트 독립운동, 1943년 카이로선언 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자주독립과 자유, 평등의 정신 앞에 양국 시민들은 역사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이집트 사다트 전 대통령이 ‘아랍의 배신자’ 비난을 감수하며 이스라엘을 방문해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사례를 언급하면서 “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결단이 중동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알시시 대통령에 대해선 “2년간의 가자 사태 속에서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중재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가자지구 휴전을 이끌어낸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도 남북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며 “가능한 분야부터 남북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를 지원하며, 단계적·실용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카이로 방문을 계기로 가자 사태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이집트 적신월사에 1,000만 달러를 추가 기여하겠다”고도 했다.
두 번째 축은 ‘혁신’을 통한 공동번영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초고속 압축 성장은 중동의 도움 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중동으로부터 에너지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건설 수주와 경제협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대한민국이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할 차례”라며 에너지·건설 협력의 고도화와 함께 인공지능(AI), 수소 등 미래 혁신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했다.
또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이 이집트 국민을 세계와 연결하고,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카이로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다”며 제조업 공동생산을 통한 수출·고용 확대 모델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한-이집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등 자유무역의 제도적 기반 강화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축은 ‘네트워크와 교육’을 통한 인적·문화 교류 확대다.
이 대통령은 “사람과 사람이 자주 만나 서로의 문화를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것만큼 양국 우호를 단단하게 만드는 동력은 없다”며 “이미 이집트 청년들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설립한 베니수에프 기술대학에서 기계·전기·자동차 등 핵심 산업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카이로대 등 양국 대학 간 교류를 확대하고, 더 많은 이집트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 올 수 있도록 ICT 분야 석사 장학생 사업과 연수 프로그램을 늘려가겠다”며 중장기 교육·연구 네트워크 확대 구상을 밝혔다.
K-컬처를 매개로 한 문화 교류 확대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푸드, 패션, 뷰티 등 K-컬처에는 한국과 중동의 교류를 확장할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담겨 있다”며 “중동에서 기원한 훔무스를 많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것처럼, 이집트에서 K-할랄푸드의 인기가 확산되고 양국 음식이 서로에게 ‘자국 음식처럼’ 자리잡을수록 국민은 더 가까운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간 협력도 제안하며 “함께 나누는 역사 경험이 문화 교류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중동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우리 국민이 중동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환경도 하나하나 조성하겠다”며 국내 ‘중동 이해’ 기반 강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SHINE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여러분의 꿈이 두 나라의 미래라는 것”이라며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 두 가지 기적을 하나로 잇고 세계를 향해 함께 도약할 미래의 주인공이 바로 여러분이다. 한국 청년들과 거침없이 소통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리더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카이로=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