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놓친 인천, G20 유치전 재도전 무대 될까”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다음 국빈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가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다음 국빈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가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 간담회에서 2028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와 관련해 “가능하다면 지방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국제회의는 국격이 걸린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G20 개최 준비 일정과 관련해 “2028년에 할 일이고, 아마 내년 정도에는 (개최 도시의)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서 내후년부터는 준비를 해야 되겠다”며 “대한민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정해졌는데, 대한민국의 어디에서 할지는 아직 미정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숙소 문제나 인프라 구축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 쉽게 단언하기는 어렵고, 했던 데서 또 하긴 좀 그렇고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발언은 최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유치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인천 등 지방 도시들의 ‘G20 재도전’ 논의와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앞서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경주를 확정하면서, 공항·항만·숙박 인프라를 두루 갖춘 인천이 최종 단계에서 탈락해 지역사회에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 대통령이 “가능하면 지방에서 하는 게 좋겠다”면서도 인프라와 수용능력을 함께 언급한 대목은, 인천·부산·광주 등 주요 도시들이 2028년 G20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명분을 제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 대형 호텔·컨벤션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국내 대표 관문도시라는 점에서, 경주 APEC를 놓친 ‘정무적 보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남아공 G20 회의장에서 느낀 점을 묻는 질문에 “APEC 때는 우리가 주빈으로서 손님을 맞았고, 이번에는 손님으로 와봤다. 3년 뒤에는 우리가 G20을 해서 손님들을 다시 맞이해야 한다”며 “국제회의는 전 세계 언론들이 다 지켜보는 자리라 세밀하게 준비를 잘 안 하면 국격에 의심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투자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자외교 무대를 통해 확인된 한국의 위상도 2028년 G20 준비의 배경으로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참석했던 G7 확대회의를 언급하며 “그때 대한민국의 위상이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걸 느꼈고, 이후 아세안, APEC, 이번 G20까지 가보니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의 인식이 정말로 높아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문화에 대한 상찬이 많고, 말로 직접 하진 않지만 계엄 사태와 그 극복 경험에 대한 평가도 깔려 있다고 느낀다”며 “국민들께서도 우리 국제적 위상과 국민의 저력에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G20 등의 다자회의를 “양자협상의 장이기도 한, 그야말로 ‘장이 서는’ 공간”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끼리 회담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다자회의 기회가 생기면 틈틈이 양자회담을 하고 사전에 실무협의를 통해 의제를 좁혀 필요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며 “정상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라포를 형성하면 대한민국에 더 나은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회복을 강조한 배경에 대해 “다자주의가 상당 정도 훼손되고 있는데, 자유무역체계와 다자 시스템을 튼튼하게 강화하고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동의한다”며 “WTO 체제가 위협받다 보니 EU-CPTPP 결합 논의나 이해관계가 비슷한 국가들끼리의 소(小)다자 협력 논의도 나오지만, 결국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은 자유무역 질서뿐이기 때문에 말이라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28년 G20은 한국이 다자주의 복원과 포용적 성장, AI·방산·원전 등 새로운 협력 의제에서 선도적 역할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개최 도시 선정 과정에서도 균형발전과 국격,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을 포함한 지방 도시들의 G20 유치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경주 APEC에 이어 또 한 차례 국제회의 개최지를 둘러싼 ‘국가 브랜드·지역 경쟁력’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앙카라=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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