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원자력·도로 PPP 3건 MOU 체결…알타이 전차·시놉 원전·풍력까지 전방위 협력 강화
10년 만에 경제공동위 재가동···‘형제의 나라’ 전략 협력 본격 확대

▲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앙카라 에센보아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알파슬란 바이락타르 튀르키예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앙카라 에센보아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알파슬란 바이락타르 튀르키예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방위산업, 원전, 바이오, 인프라, 신재생에너지·AI 등 전방위 협력 강화 구상을 밝히고, 이를 뒷받침할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와의 전략 파트너십 격상에 속도를 냈다.

한국전쟁 참전 75주년을 맞은 튀르키예와의 관계를 ‘전통적 우호’를 넘어 ‘미래지향적 전략 파트너십’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MOU 패키지로 구체화한 셈이다.

이번 한-튀르키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보훈 협력 ▲원자력 협력 ▲도로 인프라 PPP(민관합작) 협력 등 3개 분야에서 제도적 협력 틀이 새로 마련됐다.

양국은 한국전 참전으로 맺어진 ‘혈맹’의 역사를 토대로 ‘보훈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가보훈부 장관과 튀르키예 가족사회부 장관이 서명하는 이 MOU에는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사회·경제적 복지 지원 경험 공유, 양국 참전용사 후손 교류, 정례적 의견 교환 등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참전 용사 가족과 후손에 대한 지원이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며 한국전쟁 참전 75주년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원전 분야에선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튀르키예 원자력공사 사장이 서명하는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원자로 기술, 부지 평가, 규제·인허가, 금융·사업모델, 원전 프로젝트 이행 전 과정을 협력 범위로 규정하고, 공동 워킹그룹 구성과 정보·경험·노하우 공유, 전문인력 상호 방문 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튀르키예가 추진 중인 시놉 제2원전 사업에 한국이 부지평가 등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 향후 사업 수주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로 인프라 분야에선 튀르키예 도로청(KGM)과 한국도로공사(KEC),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간 ‘도로 인프라 분야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이 MOU는 양측이 튀르키예·한국·제3국에서 PPP 방식 도로 프로젝트를 공동 발굴·기획하고, 기술·재무·법률 조사에서부터 투자자·금융기관 참여, 프로젝트 구조화·재원 조달, AI·디지털 기반 운영·유지관리까지 전 단계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이를 통해 튀르키예 도로청이 발주할 대규모 도로 PPP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 참여가 촉진되고, 중동·유라시아 등 제3국 공동 진출 기반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큰 틀에서 이 대통령은 방산, 원전, 바이오, 인프라, 신재생에너지·AI 등 전방위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튀르키예 공동언론발표에서 “튀르키예의 한국전쟁 참전 75주년이자 저의 대통령 취임 첫해인 올해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를 방문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양국 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로 확대·발전시키는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수교 이전임에도 미국·영국·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장병을 파병한 튀르키예의 역할을 상기하며, 이런 ‘혈맹’의 역사 위에 1957년 수교 이후 외교·경제·문화·인적교류 전반에서 협력이 빠르게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2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체결을 거론하며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에 위치한 튀르키예는 우리 기업의 유럽 진출을 위한 든든한 거점이 되어왔다”고 강조했다.

핵심 의제 중 하나인 방산 협력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양국이 방산 강국 도약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생산, 기술협력, 훈련 교류 등에 있어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며 “알타이 전차 사업과 같은 성공적인 협력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평화와 안보 증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에선 튀르키예 정부의 ‘혈액제제 자급화 사업’에 한국 기업 SK플라즈마가 참여하는 점을 언급하며 “양국이 ‘혈맹’ 관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사업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며 “우리 기업의 참여에 관심을 가져준 에르도안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차낙칼레 대교, 유라시아 해저터널 건설 등 기존 인프라 협력 사례를 ‘모범적 협력’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도로 인프라 MOU 체결을 통해 “인프라 분야 협력이 더욱 공고화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우리 기업 CS 윈드와 튀르키예 에네르지사 간 풍력 발전 협력 MOU 체결을 환영했다.

제도적 협의 채널 복원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각 분야별 실질 협력 진전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이행하기 위해 양국 간 경제공동위원회를 10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향후 경제·통상·투자 전반을 포괄하는 논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양 정상은 한반도와 중동 정세 등 글로벌 현안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북정책에 대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튀르키예 정부의 일관된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중동 정세에서 평화 증진을 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해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로 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화·관광·교육·보훈 등 사람 중심 협력도 한층 강화된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OTT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튀르키예 음식·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양국 간 관광객 증가와 문화원, 유학생 사업 등을 통한 미래세대 교류 확대 기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늘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 간 우정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협력이 날로 강화돼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며 “대한민국은 튀르키예의 ‘형제 국가’로서 오늘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착실히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앙카라=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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