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게 어획량 81% 급감…“수온·강수량 등 다양한 원인”
지난해 가을 급감한 어획량…올해 봄까지 이어져
연평도 어민들 “기후는 바뀌는데, 정책은 그대로”

▲ 연평도 한 어민이 운영하는 공장에 어획된 꽃게가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정리돼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연평도 한 어민이 운영하는 공장에 어획된 꽃게가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정리돼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꽃게의 고장, 연평어장에서 꽃게가 자취를 감췄다.

어민들은 새벽부터 10시간 가까이 조업에 나섰지만,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넘게 줄었다. 일부 어민은 꽃게 대신 낙지나 소라와 같은 다른 어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가 어획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현장에서는 정부의 경직된 조업 정책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연평어장은 산란기 꽃게 보호를 위해 봄 어기(4∼6월)와 가을 어기(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된다. 봄에는 알을 밴 암꽃게, 가을에는 수꽃게를 주로 잡는다. 

연평꽃게 수산물 위판 현황에 따르면 2025년 3월부터 6월까지 연평어장에서 잡힌 꽃게는 11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2t)과 비교해 약 81%줄었다. 최근 봄철 어획량인 2020년 155t, 2021년 232t, 2022년 432t, 2023년 425t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섬, 하다] ‘꽃게의 고장’에 꽃게가 없다

어민들은 올해 봄 연안 수온이 예년보다 낮아 꽃게가 서해 연안에 도달하는 시점이 평소보다 약 3주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4월 1일부터 조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출어는 4월 20일이 돼서야 가능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올해 꽃게 어획량 감소의 원인으로 수온, 강수량, 유생 분포 밀도 등 복합적인 해양환경 요인을 꼽았다. 

특히 지난해 가을 어획량 급감이 올해 봄 어획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이수정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지난해 봄에는 15년 만에 어획량이 가장 많았고, 가을은 오히려 가장 적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봄(3~6월) 연평어장에서 어획된 꽃게는 622t으로, 2023년에는 같은 기간(425t)보다 197t늘었지만, 가을(9~11월) 어획량은 309t에 그쳐 전년(1333t)보다 1024t이나 급감했다.

이 연구사는 “2023년 가을에는 황해저층냉수가 서해 연안까지 유입되면서 꽃게가 찬물을 피해 연안으로 밀집돼 어획량이 많았다”며 “반면 지난해 여름 고수온 현상으로 꽃게 서식지가 넓게 퍼지면서 가을 어획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가을 어획량 감소는 산란량과 꽃게(유생) 밀도 감소로 이어졌고, 강수량도 줄어들며 해안으로 유입되는 영양염(꽃게의 주요 먹이원인 플랑크톤)도 부족했던 점이 올해 봄 어획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꽃게 어획량은 가을철 어획 결과가 이듬해 봄 어획량에 영향을 미치지만, 봄 어획량이 같은 해 가을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2019년 이후 꽃게 평년 어획량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꽃게가 수온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올해 가을 어획량을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40년 넘게 어업에 종사해온 박태원(65) 선장이 꽃게 어획량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40년 넘게 어업에 종사해온 박태원(65) 선장이 꽃게 어획량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어민들은 기후 변화와 정부의 경직된 어업 정책이 맞물려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꽃게 어획량이 급감하자 옹진군은 조업 기간을 15일 연장해달라고 해양수산부에 건의했지만 형평성과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업에 40년 넘게 종사해 온 박태원(65) 어민은 “지금 어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정책”이라며 “기후 변화로 어종 분포가 계속 바뀌고 있는데, 정부가 정한 시기만 고수해서는 어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평도=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인터렉티브 기사 링크: [섬, 하다] ‘꽃게의 고장’에 꽃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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