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뽑은 면, 57초 삶아낸 정성…섬에서 만난 시원한 한 그릇
까나리액젓으로 완성된 맛…백령도 바다의 향이 녹아 있다

▲ 백령도 진촌면 시골메밀 칼국수 의 냉면. 고명은 오이, 계란 반쪽, 무가 전부다. 얼음도 없다. 하지만 사골 맛이 느껴지는 국물에다 이가 차가울 정도로 시원한 냉면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메일은 뱍령도산만 쓰고 있다. 주인장의 자부심이 담긴 냉면 한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삷이 담긴 음식이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백령도 진촌면 시골메밀 칼국수 의 냉면. 고명은 오이, 계란 반쪽, 무가 전부다. 얼음도 없다. 하지만 사골 맛이 느껴지는 국물에다 이가 차가울 정도로 시원한 냉면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메일은 뱍령도산만 쓰고 있다. 주인장의 자부심이 담긴 냉면 한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삷이 담긴 음식이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백령도 진촌면 시골메밀 칼국수 의 주방에서 냉면을 만들고 있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백령도 진촌면 시골메밀 칼국수 의 주방에서 냉면을 만들고 있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57초의 정성, 섬이 빚은 한 그릇

2025년 6월 22일 오후 1시쯤 백령도 진촌리에 있는 ‘시골메밀칼국수’ 집을 찾았다. 예전에는 칼국수를 팔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냉면이 주 메뉴다.

“물냉면 2개 주세요.”

손님의 주문에, 이곳에서 25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온 김창유(60) 대표의 손이 바빠졌다.

주문 즉시 김 대표는 반죽을 손으로 한 움큼 떼어 면 뽑는 기계에 넣었다. 넣자마자 면발이 아래로 쭉쭉 떨어져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그는 면이 떨어지자마자 유압 기계에 부착된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면을 익히는 시간은 정확히 ‘57초’. 타이머가 울리기 직전 채로 면을 건져 차가운 물에 식힌 뒤 그릇에 담았다.

57초일 때 면이 가장 맛있고, 메밀 향이 가장 풍부하다.

고명은 오이, 계란 반쪽, 무가 전부다. 얼음도 없다. 하지만 사골 맛이 느껴지는 국물에다 이가 차가울 정도로 시원한 냉면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김창유 대표는 “소 잡뼈를 끓여서 육수를 뽑고요, 동치미도 넣습니다. 아무래도 면도 직접 뽑고 국물도 깔끔해서 육지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백령도 냉면이 시원하더라, 맛있다’고 소개하고, 그걸 듣고 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럴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 백령도 에서는 까나리 액젓을 넣어 먹는다. 까나리액젓을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특유의 감칠맛이 난다. 냉면에 한 숟가락만 넣어도 처음엔 짜다가 먹다 보면 구수한 맛이난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백령도 에서는 까나리 액젓을 넣어 먹는다. 까나리액젓을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특유의 감칠맛이 난다. 냉면에 한 숟가락만 넣어도 처음엔 짜다가 먹다 보면 구수한 맛이난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냉면에 감칠맛을 더하는 까나리액젓

백령도는 냉면만큼이나 까나리로도 유명하다. 어민들은 매년 5월 초부터 6월 말까지 약 한 달간 까나리를 잡는다. 그렇게 잡은 까나리는 1년간 숙성시켜 액젓으로 담근다.

조금의 잡어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까나리로만 담근 액젓이다.

어민들의 피와 땀으로 탄생한 까나리액젓은 냉면의 풍미를 더한다.

김 대표는 “까나리액젓을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특유의 감칠맛이 돌아요. 냉면에 한 숟가락만 넣어도 처음엔 짜다가 먹다 보면 구수한 맛이 나요. 그래서 냉면에 까나리액젓이 없으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밀부터 까나리액젓,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와 무 등 모든 식자재를 백령도 현지에서 직접 구해 사용하고 있다.

“백령도에서 나는 메밀과 까나리로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요. 농민과 어민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메밀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는 메밀을 아예 못 심고 있어요. 주민들 연령이 높아지면서 농사짓는 분들이 거의 없거든요.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메밀로 만든 냉면을 맛있게 해드리고 싶은데, 농사를 안 짓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아쉽죠.”라고 말했다. 

백령도 냉면은 사람과 땅, 바다와 계절이 함께 빚은 음식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메밀밭이 아쉽지만 그 맛을 지키고자 오늘도 면을 뽑는 이들이 있어 이 섬의 여름은 아직 단단히 살아 있다. 

/백령도=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인터랙티브 기사 링크: [섬, 하다] 메밀꽃 피면 생각나는 그 맛…백령도 냉면 한 그릇

*인터랙티브 기사는 사용자가 스크롤이나 클릭을 통해 내용을 직접 탐색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체험형 기사다. 인터랙티브 기사는 인천일보 홈페이지 상단 ‘인터랙티브’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백령도 진촌면 시골메밀 칼국수 의 냉면은 백령도 산 메밀만 사용한다. 본인만의 비법으로 직접 제조하고 반죽을 만들어 냉면을 만든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백령도 진촌면 시골메밀 칼국수 의 냉면은 백령도 산 메밀만 사용한다. 본인만의 비법으로 직접 제조하고 반죽을 만들어 냉면을 만든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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