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주민이 만드는 예술 싹튼다

창작집단도르리, 화수동 작가 작업실서
'심술통' 예술 교육…카페·배움터로 변신
노래시 만들기…동네 장인과 만남·협업도

개방극장, 강화군 석모도의 삶 무대에 올려
삼산초 폐교 소문에 '사라지지 않을 학교' 공연
얼렁뚱땅 '학교 축제' 기획…'친해질래용' 활동

[예술로 배우고 삶으로 누리다] ⑧ 인천 문화예술 교육 기획 지원
▲ 개방극장 공동체 퍼포먼스 '친해질래용'
▲ 개방극장 공동체 퍼포먼스 '친해질래용'

예술 지역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인천 문화예술교육 기획 지원' 사업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수강생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사람과 관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뿌리내리도록 돕는 일. 그 중심에 '민간 거점'이라는 새로운 표상이 있었다.

센터는 '운영'이 아닌 '형성'에 주목한 끝에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만들려면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와 이를 지속할 민간 주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단체가 직접 능력을 기르고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하는 이 사업에 올해 1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그중 2년 차를 맞은 '창작집단 도르리'와 '개방극장'을 주목할 만하다.

▲ 창작집단 도르리의 '종합화장품'
▲ 창작집단 도르리의 '종합화장품'

▲화수동, 삶을 나누는 예술의 집-창작집단 도르리

'도르리'는 제주도 방언으로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일을 뜻한다. 이렇게 창작집단 도르리는 '예술을 삶 속에서 나누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화수동 언덕길에 자리해 작업실이자 카페, 주민의 배움터로 기능하고 있다. 처음에는 작가들의 작업실로 출발했지만, 동네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공간은 자연스레 이웃의 거실로 변했다.

김성수 대표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이 거점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들이 어떤 예술의 형태로 이어갈 것인지를 고민했다.

▲ 창작집단도르리  ' 나의 노래시 만들기'
▲ 창작집단도르리 ' 나의 노래시 만들기'

이런 고민 끝에 도르리가 꾸준히 진행 중인 예술교육 프로젝트 '심술통'은 '마음과 예술이 통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기타교실, 노래시 만들기, 그림책 워크숍 등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로 표현해볼 수 있다.

▲ 창작집단 도르리의 '제일기름집'.
▲ 창작집단 도르리의 '제일기름집'.

또 다른 프로그램 '심술장이'는 동네 장인과의 협업 프로젝트다. 오래된 기름집, 서점, 화장품 가게 등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온 장인들과 예술가가 만나, 그들의 일상에서 예술적 영감을 길어 올린다. 참가자들은 창작자로서 스스로의 손끝을 믿게 되고 동네의 시간이 작품으로 기록된다.

▲ 개방극장 '얼렁뚱땅 챌린저스' 활동 모습.
▲ 개방극장 '얼렁뚱땅 챌린저스' 활동 모습.

▲관계로 이어지는 무대-개방극장

어디서든 열리는 무대, 바로 강화군 석모도의 '개방극장'이다.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없고 삶 그 자체가 공연이 되는 이 활동은 2021년 삼산초등학교 아이들의 한마디로 시작됐다. “우리도 연극 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삼산초등학교가 폐교될 수 있다'는 소문을 연극으로 만들어냈고 공연은 '사라지지 않을 우리 학교'라는 제목으로 작은 도서관에서 열렸다. 이 때를 계기로 삼산초등학교는 저물어가는 한 마을에 자생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개방극장은 아이들과 함께 '얼렁뚱땅 기획단'을 꾸리고 스스로 학교 축제를 기획하도록 했다. 마을 어른들은 무대 뒤에서 이를 도왔다.

▲ 개방극장 '얼렁뚱땅 챌린저스' 활동 모습.
▲ 개방극장 '얼렁뚱땅 챌린저스' 활동 모습.

올해 '얼렁뚱땅 챌린지-친해질래용'과 '어쩌다 챌린저스'로 이어진 이들의 공동체 활동은 마을을 예술로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사업을 추진한 길덕호 대표는 예술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예술이 마을을, 마을이 예술을 바꾸는 순간을 목격했다고도 말했다.

김영경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과장은 “두 단체 말고도, 1년 차인 준비형 8개 단체가 제각기 고민하며 활동을 모색해가고 있다”며 “이 지원을 통해 단체가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주요 주체로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예술로 배우고 삶으로 누리다] ⑧ 인천 문화예술 교육 기획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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