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예술이 숨쉰다

폐교 아닌 현재 운영 중인 학교들 대상
예술가, 둥지 틀고 창작활동 방식 꼽아

인천신흥중·강화 길상초·강남중 진행
신흥중 레지던시 '아뜰리에 신흥' 구축
윤혜인 작가, 신흥중서 작업 활동 1년
교내 판화수업 등 학생 미술 교육 눈길

[예술로 배우고 삶으로 누리다] ① 학교 유휴공간 레지던시 사업

“문화예술은 누군가의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 모두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2010년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태어난 목적은 분명했다.

문화와 예술이 일상이 되는 사회는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촘촘한 교육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근거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시가 지정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센터는 전국 17개 광역 단위 센터 중 하나로 출발했다.

재단은 2005년부터 '학교-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방과후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등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초기 모델을 쌓아왔다. 당시 소규모로 추진한 사업들은 실험적이었지만, 학교 안팎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왜 필요한가를 체감하게 한 시도였다.

2010년 센터 지정 이후, 전문인력과 예산이 확보되면서 인천의 문화예술교육은 한 단계 도약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학교와 사회, 개인과 공동체를 잇는 든든한 매개로 자리 잡았다.

개인의 문화적 삶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를 두고 양질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천일보는 인천문화예술지원센터와 공동으로 그간의 주요 사업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인천의 예술교육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학교 레지던시 사업은 전국 초중고등학교 공간에 예술가가 둥지를 틀고 창작활동을 하는 방식이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도 인천 세 개 학교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타 학교 입주작가와 다른 점이 있다.

폐교가 아닌 현재 운영하는 학교가 대상이라는 것이다.

문 닫은 학교의 경우 공간이 많아 레지던시 시도가 자주 있지만, 안전이나 접근성 문제가 공존하기도 한다.

센터는 폐교 대신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생생한 학교의 빈 곳을 활용하자는 방법을 선택했다.

작가가 홀로 작업하는 게 아니고 학생들의 장소로 직접 들어갔다는 측면에서 살아있는 예술교육의 표본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는 실제 운영 학교에 레지던시를 마련한 전국 최초의 시도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인천 중구 신흥중학교와 강화 길상초, 강남중의 세 학교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 신흥중학교 전경
▲ 신흥중학교 전경

▲신흥중학교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9월 신흥중학교 내 레지던시 공간 '아뜰리에 신흥'을 만들었다.

원래 신흥중 야구부가 식당으로 쓰다가 식당을 옮기면서 비어있던 곳이었다.

센터는 공모를 통해 윤혜인 서양화가를 선정하고 학교 유휴공간 레지던시 1호를 출범했다.

일이 성사되기까지 인천시교육청과 신흥중학교가 적극 협력했다. 이들은 교육기관에 예술이 투입될 때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고 또 학생들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했다.

▲ 윤혜인 작가가 아뜰리에 신흥에서 작업 하고 있다.
▲ 윤혜인 작가가 아뜰리에 신흥에서 작업 하고 있다.

실제 윤혜인 작가가 활동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신흥중 학생들은 수시로 아뜰리에를 방문한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화가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내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체를 재밌게 여기는 것이다.

윤 작가는 아이들에게 개인작업을 선보일 뿐 아니라 그들과 공동작업도 추진하며 학생들을 예술의 세계로 이끌었다.

▲ 윤혜인 作 '방학에 찾아와 함께 그림 그리는 친구들'
▲ 윤혜인 作 '방학에 찾아와 함께 그림 그리는 친구들'
▲ 나의 기억- 판화수업
▲ 나의 기억- 판화수업

특히 교내 판화 수업과 캔버스 프로젝트 등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접하고 익히도록 산 교육을 하고 있다.

정진주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은 “학령인구가 줄다 보니 생기는 학교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동시에 작업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예술가에게 공간을 제공하며 일회성에서 벗어나야 하는 기존 학교문화예술교육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세 박자가 맞아떨어진 사례”라고 말했다.

권미경 신흥중학교 교감은 “아이들의 일상인 학교에서 예술의 현장을 직접 느끼고 함께 한다는 것이 백번의 말보다 효능 있는 산 교육”이라고 말했다.

윤혜인 작가는 “신흥중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에서 전에 없던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며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도시의 기억과 가치를 찾아보는 아카이빙 작업과 벽화 활동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예술로 배우고 삶으로 누리다] ① 학교 유휴공간 레지던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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