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하와이 첫 '해양생물보호구역'
무분별 관광·과도한 어획으로 훼손
1990년대부터 보호 체계 본격 시행
주정부 산하 기관서 방문객 교육 전담
각종 생물 설명·보존 중요성 널리 알려
코로나 이후 운영 개편…해변 정비 집중
현재 세계 해양생물보호구역 모델 우뚝
“청소 중요하지만 쓰레기 유입 않도록
사전 예방 고민하는 게 본질적 해결책”
![[바다는 쓰레기를 기억한다] 4. 관리로 되찾은 '천혜의 생태계'…하나우마 베이 해양보호 성공기](https://cdn.incheonilbo.com/news/photo/202508/1299163_624152_510.jpg)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의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에 들어서자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곡선형 해안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 모든 방문객은 하나우마베이 해양교육센터에서 7분 분량의 환경보호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보호구역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였다.
교육센터에서 만난 하와이대 씨그랜트 소속 교육 프로그램 매니저 모건 매미 주카(Morgan Mammy Zuka)는 “하나우마베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전세계인이 해양 생태계를 배우는 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은 1967년 하와이에서 최초로 지정된 해양생물보호구역이자 자연보호구역이다. 현재는 세계적인 스노클링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불과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관광과 과도한 어획으로 생태계가 훼손됐다.
1980~1990년 당시 하나우마베이는 입장료가 없었고, 24시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1일 방문객은 1만명이 넘었고, 관광버스가 45초 간격으로 도착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그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초창기엔 실질적인 관리 기관이 없어 수만명의 관광객이 산호초를 밟고, 물고기를 잡고, 먹이를 주는 등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가 반복됐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이용이 계속되자 1990년대부터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교육과 규제를 강화하는 보호 체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02년 하나우마베이에는 하와이대학교 소속이자 주정부 산하 기관인 '하와이 씨그랜트(Hawai'i Sea Grant)'가 설립돼 방문객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교육 영상을 통해 하나우마베이에서 지켜야할 기본 수칙을 안내받는다. 영상에는 ▲흡연 금지 ▲물고기 먹이 주기·채집 금지 ▲산호초 접촉 금지 ▲쓰레기 수거 의무 등이 담겨 있다.
교육 프로그램 팀에는 65명의 자원봉사자가 소속돼 있다. 이들은 해양생물 식별법과 바다거북·혹등고래 등 보호종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 방문객에게 해양생물을 설명하고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처음엔 스노클링하러 왔다가 아름다운 해변에 반해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하와이 거주자를 제외한 방문객은 입장료 25달러를 내야 하고, 온라인 예약제가 도입됐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일로 지정돼 있어 해변 정비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매년 80만명에 달하던 방문객은 현재 37만명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하루 방문객도 3000~4000명에서 1400~1600명으로 제한되고 있다.
그는 “해변 면적이 8에이커(3만2376㎡)에 불과한데 너무 많은 입장객이 몰리는 것이 문제였다”며 “지금은 적정 수준에서 잘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우마베이에는 현재 200여종의 물고기, 7종의 산호, 15종의 하와이 고유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은 하와이 주정부와 호놀룰루 시정부가 공동 관리하는 구조다. 만조 수위선을 기준으로 바다 쪽은 주정부가, 육지는 시정부가 관할한다.
하나우마베이 교육 프로그램 책임 연구원인 대런 오키모토(Darren Okimoto) 하와이대 씨그랜트 부국장은 30여년 전 관리 부재로 훼손됐던 하나우마베이가 이제는 전 세계 해양생물보호구역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오키모토 부국장은 해양 쓰레기 문제에 대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예외가 없는 공통 과제”라며 “해변 청소도 중요하지만, 바다로 쓰레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연 분해되는 어구 기술을 개발하고, 어업 관련 국가·지역사회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중한 바다 자연을 마음껏 즐기는 동시에 환경을 아끼고 잘 보존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와이=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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