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 타고 한국 등 유입된 해양 쓰레기
분류 작업 통해 어업별 유입 경로 추적
소각 대신 기계적 재활용…탄소 배출 ↓
어망·부표 등 도로 인프라 자재 재탄생
수거부터 분석·연구 등 체계적 운영
플라스틱, 고품질 재활용 제품 제작
![[바다는 쓰레기를 기억한다] 5. 바다 건너온 해양 쓰레기…하와이선 새 가치 창출](https://cdn.incheonilbo.com/news/photo/202508/1299305_624332_4836.jpg)

태평양 쓰레기 섬으로 알려진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NPGP·North Pacific Garbage Patch)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수면 위를 떠다니는 해역이다. 이 쓰레기들은 바람과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미국 하와이주와 캘리포니아주 사이의 북태평양 한가운데로 모여든다.
NPGP를 구성하는 해양쓰레기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유입된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는 바람을 타고 하와이까지 흘러들며, 쓰레기 더미의 위치에 따라 하와이에서 수거되는 양도 달라진다.
하와이는 해양쓰레기 유입을 줄이고 청정한 해역을 지키기 위해 바다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출처를 분석하는 한편 이를 유용한 제품으로 전환해 소각이나 매립에 의존하지 않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 해류 타고 온 쓰레기들, 하와이까지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찾은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하와이퍼시픽대학교 해양쓰레기연구센터(CMDR·Center for Marine Debris Research) 산하 플라스틱 재활용연구소(Plastic Recycling Research Facility).
바닥에는 폐그물과 부표 등 해양쓰레기가 길이 5m가량으로 줄지어 널브러져 있었다. 취재진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한국어가 적힌 마대 자루 3개였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10시간을 날아온 하와이에서 한국 쓰레기를 발견한 것이다.
그중 소금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마대 자루에는 '생산연도 2022년, 포장재질 폴리프로필렌(PP)'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다른 파란색 마대 자루에도 선명하게 한국어가 쓰여 있었다. 이 쓰레기들은 지난해 하와이 어민들이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에서 수거해온 것으로, 재활용을 위해 연구소로 옮겨졌다.
하와이에서는 해마다 적게는 142t, 많게는 200t이 넘는 해양쓰레기가 수거된다. 그중 80%가 유기어구다.
연구소는 지난 5년간 분류 작업을 통해 국가별·어업별 유입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태평양 서쪽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지는 근해 저인망 어업에서 발생한 어구라는 강력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러한 쓰레기들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동태평양을 거쳐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에 도달한 뒤 하와이까지 흘러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와이퍼시픽대 해양쓰레기연구센터 설립자이자 공동 책임자인 제니퍼 린치(Jennifer Lynch) 박사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에서 제조된 어구라는 사실은 '메이드 인' 표시, 그물의 품질, 부표 색상 등을 통해 확인한다”며 “미국에서 사용하는 그물은 구조와 색상이 매우 달라 미국 어민들은 '우리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 해양쓰레기 수거부터 분석, 재활용까지
하와이에서 수거되는 해양쓰레기 대부분은 소각 후 에너지로 전환된다.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문제도 있다.
해양쓰레기 중 하나인 폐어구의 주된 성분은 폴리에틸렌(PE)으로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물질이다. 이를 소각하면 90%가 이산화탄소(CO₂)로 변하며,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로 작용해 지구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를 유발한다.
하와이는 이러한 한계를 줄이기 위해 소각이 아닌 기계적 재활용에 주목했다. 폐기물을 잘게 분쇄하고 다시 압출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재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하와이에서는 해양쓰레기 수거부터 분석·연구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하와이에서는 5개 단체와 협력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한다. 어민들도 조업 과정에서 발견한 쓰레기를 수거하며, 바다에서 가져온 쓰레기에 대해 파운드당 1달러의 참여 비용을 지급한다. 수거된 어구들은 재활용 연구소에서 종류별로 분류된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의 출처를 확인하고, 어느 지역의 어업계와 협력해 쓰레기 발생을 예방할지 파악한다.
또한 하와이 오아후섬에 위치한 CMDR 산하 환경 해양 과학 연구소(Environmental Marine Sciences Building)에서는 플라스틱 성분을 분석한다. 플라스틱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고품질의 재활용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망과 부표 등은 도로용 인프라 자재나 보드판과 같은 건축 자재로 재활용된다.
제니퍼 린치 박사는 “어망은 멸종위기종인 하와이 몽크바다표범이나 바다거북을 얽어매고, 산호초를 훼손하기도 한다”며 “플라스틱 재활용연구소에서는 해양쓰레기를 다른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조 기술과 산업을 새롭게 개발·촉진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하와이=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