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쓰레기 섬으로 알려진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NPGP·North Pacific Garbage Patch)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수면 위를 떠다니는 해역이다. 이 쓰레기들은 바람과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미국 하와이주와 캘리포니아주 사이의 북태평양 한가운데로 모여든다.
NPGP를 구성하는 해양쓰레기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유입된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는 바람을 타고 하와이까지 흘러들어 온다.
해양쓰레기에 영향을 받는 하와이는 하나우마 베이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청정한 해역으로 지키는 데 힘쓰고 있다.
또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바다에서 수거한 쓰레기의 출처를 분석하는 한편 이를 유용한 제품으로 전환해 소각이나 매립에 의존하지 않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관리로 되찾은 ‘천혜의 생태계’, 하나우마 베이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의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에 들어서자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곡선형 해안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 모든 방문객은 하나우마 베이 해양교육센터에서 7분 분량의 환경보호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보호구역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였다.
교육센터에서 만난 하와이 씨그랜트 소속 교육 프로그램 매니저 모건 매미 주카(Morgan Mammy Zuka)는 “하나우마 베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해양 생태계를 배우는 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은 1967년 하와이에서 최초로 지정된 해양생물보호구역이자 자연보호구역이다. 현재는 세계적인 스노클링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관광과 과도한 어획으로 생태계가 훼손됐다.
무분별한 이용이 계속되자 1990년대부터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교육과 규제를 강화하는 보호 체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02년 하나우마 베이에는 하와이대학교 소속이자 주 정부 산하 기관인 ‘하와이 씨그랜트(Hawai‘i Sea Grant)’가 설립돼 방문객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교육 영상을 통해 하나우마 베이에서 지켜야 할 기본 수칙을 안내받는다. 영상에는 ▲흡연 금지 ▲물고기 먹이 주기·채집 금지 ▲산호초 접촉 금지 ▲쓰레기 수거 의무 등이 담겨 있다.
코로나19 이후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하와이 거주자를 제외한 방문객은 입장료 25달러를 내야 하고, 온라인 예약제가 도입됐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일로 지정돼 있어 해변 정비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매년 80만 명에 달하던 방문객은 현재 37만 명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하루 방문객도 3000~4000명에서 1400~1600명으로 제한되고 있다.
▲ 해양쓰레기 수거부터 분석, 재활용까지
하와이에서 수거되는 해양쓰레기 대부분은 소각 후 에너지로 전환된다.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문제도 있다.
해양쓰레기의 주된 성분은 폴리에틸렌(PE)으로,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물질이다. 이를 소각하면 90%가 이산화탄소(CO₂)로 변하며,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로 작용해 지구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를 유발한다.
하와이는 이러한 한계를 줄이기 위해 소각이 아닌 기계적 재활용에 주목했다. 폐기물을 잘게 분쇄하고 다시 압출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재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하와이에서는 해양쓰레기 수거부터 분석·연구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하와이는 5개 단체와 협력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한다. 어민들도 조업 과정에서 발견한 쓰레기를 수거하며, 바다에서 가져온 쓰레기에 대해 파운드당 1달러의 참여 비용을 지급한다. 수거된 어구들은 재활용 연구소에서 종류별로 분류된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의 출처를 확인하고, 어느 지역의 어업계와 협력해 쓰레기 발생을 예방할지 파악한다.
또한 하와이 오아후섬에 위치한 하와이퍼시픽대학교 해양쓰레기연구센터(CMDR·Center for Marine Debris Research) 산하 환경 해양 과학 연구소(Environmental Marine Sciences Building)에서는 플라스틱 성분을 분석한다. 플라스틱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고품질의 재활용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망과 부표 등은 도로용 인프라 자재나 보드판과 같은 건축 자재로 재활용된다.
하와이퍼시픽대 해양쓰레기연구센터 설립자이자 공동 책임자인 제니퍼 린치(Jennifer Lynch) 박사는 “어망은 멸종위기종인 하와이 몽크바다표범이나 바다거북을 얽어매고, 산호초를 훼손하기도 한다”며 “플라스틱 재활용연구소에서는 해양쓰레기를 다른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조 기술과 산업을 새롭게 개발·촉진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하와이=정회진·이나라 기자 hijung@incheonilbo.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