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흘도, 바위틈에 쓰레기 빼곡
바닷물엔 하얀 알갱이가 둥둥
우승범 교수 “실태조사 시급”

백팩킹 굴업도, 中 부표 눈살
바다 뜬 기름과 섞여 몰려들어
연구원 “쓰레기 걸려 그물 유실”

대표 관광지 백령도 사곶해변
중국어 적힌 쓰레기 더미 가득
연평도·문갑도·지도도 몸살
주민 “쓰레기 기하급수적 늘어”

[바다는 쓰레기를 기억한다] 2. “SOS”…쓰레기에 파묻힌 섬들의 절규
▲ 인천 옹진군 백령도 사곶해변, 끝이 보이지 않는 해양쓰레기가 해변을 뒤덮고 있다. 중국에서 주로 쓰인다는 부표와 스티로폼, 음료수병, 물병, 간장병, 녹밧줄 등이 가득했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인천 옹진군 백령도 사곶해변, 끝이 보이지 않는 해양쓰레기가 해변을 뒤덮고 있다. 중국에서 주로 쓰인다는 부표와 스티로폼, 음료수병, 물병, 간장병, 녹밧줄 등이 가득했다. /양진수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은 섬이 많고 해안선이 길며 한강 하구 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인천 앞바다에는 해양쓰레기가 모여들고 있다. 어업 활동 후 버려지는 쓰레기, 한강 하구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 서해에서 밀려오는 쓰레기, 바다 건너 중국발 쓰레기 등 해양쓰레기 종류는 다양하고, 그 영향이 미치는 범위도 넓다.

특히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무인도에서도 성인 키보다 높은 규모의 쓰레기가 쌓여 있을 정도로 해양쓰레기는 유인도와 무인도를 가리지 않고 우리 바다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쓰레기에 갇힌 괭이갈매기

지난달 11일 무인도인 인천 옹진군 각흘도에 성인 키를 훌쩍 넘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각흘도에 폭 3m, 높이 4m 규모의 바위 틈 사이로 쓰레기가 빽빽하게 차 있었다. 쓰레기 종류는 폐어구, 부표, 스티로폼, 비닐 등 다양했다. 쓰레기 더미에 약 2m 길이의 나무막대기를 넣어보니 멈추지 않고 '쑥' 들어갔다.

바닷물 위에는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수많은 하얀 알갱이가 둥둥 떠 있었다. 부피가 큰 스티로폼과 밧줄이 바닷물과 물살에 의해 작은 알갱이로 쪼개지면서 흩뿌려져 있었다. 쓰레기 사이에서 죽은 괭이갈매기 2마리도 발견됐다.

각흘도는 환경 보호 필요성이 높아 환경부로부터 2000년 9월 5일 특정도서로 지정됐다. 지정 사유는 자연 경관이 우수하고 희귀 남방계 식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자연 생태계와 지형 등이 우수한 섬을 특정도서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섬의 그린벨트로서 독도도 특정도서로 지정됐다.

현장에 동행한 우승범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스티로폼이 풍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양쓰레기가 어디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실태 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인천 옹진군 굴업도 목기미 해변. 중국에서 사용하는 빨간색, 파란색 부표부터 스티로폼, 녹슨 냉장고, 폐그물, 플라스틱 물병, 라면 봉지 등이 해안가를 따라 흩어져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인천 옹진군 굴업도 목기미 해변. 중국에서 사용하는 빨간색, 파란색 부표부터 스티로폼, 녹슨 냉장고, 폐그물, 플라스틱 물병, 라면 봉지 등이 해안가를 따라 흩어져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녹슨 냉장고부터 기름 범벅된 중국산 부표까지

인천 옹진군 굴업도는 백패킹 성지로 유명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난달 11일 찾은 굴업도 목기미 해변. 관광객들이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만나볼 수 있는 명소지만 관광객 대신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빨간색, 파란색 부표부터 스티로폼, 녹슨 냉장고, 폐그물, 플라스틱 물병, 라면 봉지 등이 해안가를 따라 흩어져 있었다.

쓰레기 근처에는 상괭이 사체 1마리가 방치돼 있었다. 사체는 오래되어 뼈만 남은 상태였다.

▲ 인천 옹진군 굴업도 목기미 해변. 쓰레기 근처에 상괭이 사체 1마리가 방치돼 있다. 사체는 오래되어 뼈만 남은 상태였다./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인천 옹진군 굴업도 목기미 해변. 쓰레기 근처에 상괭이 사체 1마리가 방치돼 있다. 사체는 오래되어 뼈만 남은 상태였다./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많은 쓰레기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기름에 범벅이 된 중국산 부표들이었다. 검정색의 크고 작은 구 모양의 중국산 부표와 부표를 서로 이어주는 밧줄이 기름에 흡수된 상태였다. 쓰레기가 바다에 떠 있던 기름과 뒤섞인 채 인천 연안으로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람 몸집보다 큰 폐그물과 부러진 나뭇가지 등이 해안가 곳곳에 박혀 있었다.

이러한 인천지역 해양쓰레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는 전국 최초로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참여연구원 제도를 도입해 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인수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 주민책임연구원은 “사람 힘으로는 부피가 큰 해양쓰레기를 수거할 수가 없어 트랙터를 사용하지만 장비를 써도 치우는 게 힘들다”며 “해양쓰레기가 인천 섬으로 오다가 어민들이 설치한 그물에 걸리면 그물도 유실돼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해양쓰레기

지난 6월 22일 백령도 사곶해변. 백령도의 대표 관광지이지만 관광객 대신 끝이 보이지 않는 해양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중국에서 주로 쓰인다는 부표와 스티로폼, 음료수병, 물병, 간장병, 녹슨 밧줄 등이 가득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포장지에는 중국어가 적혀 있었다.

사곶해변에서 차로 20분을 타고 도착한 백령도 두무진 인근 바닷가도 형형색색의 부표와 플라스틱 병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두무진 인근 해안가는 철책선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금지된 곳이라 해양쓰레기 수거가 불가능해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쓰레기가 들어왔다 빠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백령도뿐만 아니라 연평도, 문갑도, 울도, 지도 등 인천의 섬 현장을 확인한 결과, 모두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문갑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해양쓰레기 양이 3년 전에 10개였으면 2년 전에는 20개, 1년 전에는 50개, 지금은 100개”라며 “쓰레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회진·이나라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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