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솜방망이 처벌' 그 후
학부모 공분…학폭위 문제 드러나
전담 조사관, 위촉직에 낮은 처우
학생에 대한 이해·기본 소양 부족
학폭 심의위원, 장학사 주관 선발
공정성 논란…“평가 강화 필요”

최근 성남시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학교폭력(학폭) 사건을 계기로 솜방망이 처벌을 한 교육당국에 대한 학부모들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접수 이후 초기 조사부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천일보는 3회에 걸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교육당국의 사건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찾는다.
▶관련기사 : 인천일보 2024년 10월2일자 6면 성남 초등생 5명, 동급생 수개월 '집단 학폭'…경찰 수사 나서
학폭 사건의 최초 조사와 심의를 담당하는 '전담조사관'과 '심의위원'에 대한 전문성과 자질 등이 문제로 거론되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실효성 논란이 된 학폭 전담조사관
27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당국은 올해 1학기 '학폭 전담조사관'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자 마련했다. 교육부의 '2024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보면 학폭이 접수된 뒤 교육지원청은 조사관을 배정해 1차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관은 학교를 방문해 피해·가해 학생, 학부모 등과 면담하고 최초 사안 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이다. 조사관 보고서는 학폭위 자료로도 사용된다.
현재 선발된 조사관은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에 총 2700여명이다. 경기도에만 25개 교육지원청에 506명 배치돼있다. 조사관 지원 자격은 학교폭력, 생활지도 업무경력이 2년 이상인 퇴직 교원, 학교폭력·선도 업무 또는 조사·수사 업무경력이 2년 이상인 퇴직 경찰 등이다.
그러나 조사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지속된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사관이 1년 위촉직인데다 처우는 조사, 보고서 작성, 학폭 사례회의 및 학폭위 참석 수당 등이 포함돼 있다. 비용은 1건당 통상 20만~40만원인데 조사관 1명이 월 2건 안팎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낮은 처우로 전문인력 채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3개월 전 학폭사건으로 한 중학교 전담 조사관(경찰 출신)과 면담한 학부모 A씨는 “조사관이 '걔가 욕하면 너도 욕하지, 뭐가 문제냐'라는 식의 질문을 해 2차 가해 아니냐고 따지니 '아이들이 다 그렇게 크는데 유난'이란 식으로 되레 훈계했다”며 “자신은 아르바이트여서 자세한 건 잘 모르니 담당자에게 물어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면담 내내 조사관 역량이나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그부분에 “조사관은 학생과 함께 지내진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 조사관이 근무하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 학부모들의 민원도 상당하다”고 했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요건에 맞게 조사관을 선발해 관련 교육·연수를 병행하고 있다”면서도 “개인 역량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1년 위촉직이고 처우도 낮게 책정할 수 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별도 조치를 하긴 어렵다”고 했다.

▲전문성·공정성 논란 학폭 심의위원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에 따르면 심의위원회는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전·현직 교원이나 법조계, 경찰, 청소년 전문가 등을 2년 임기로 구성한다. 전체위원 3분의 1 이상은 관할 지역 학부모를 위촉하고 있다.
다만 심의위원 선발 과정 자체가 투명하지 않은 탓에 학폭 심의때마다 전문성,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심의위원들은 공고를 통해 서류와 면접 절차를 거쳐 선발된다. 관련법상 위원 이름조차 공개할 수 없어 심의위원 출신이나 경력 등을 알기도 어렵다.
학폭 심의 시 기피신청을 받지만 사전에 심의위원들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해 형식적으로 진행될 뿐이다. 심지어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 주관으로 심의위원을 선발하는 만큼 공정성 시비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평가 기준과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는 등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심의위원을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년간 학폭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양재연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 위원장은 “학폭위 심의위원을 교육지원청 장학사가 교사, 전직 교장, 경찰, 변호사 등을 찍다시피 위촉하는 것이 문제”라며 “심의위원 평가 시스템화와 전문성 강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식·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