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이어 광주센터서도 노동자 숨져…경찰 부검 의뢰, 노동계 “업무 과중 의혹”

경기지역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노동자가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광주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오전 2시4분쯤 광주시 문형동 쿠팡 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계약직 노동자 50대 A씨가 작업 도중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카트에 물품을 담아 옮기는 집품(피킹) 업무를 맡고 있던 A씨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야간 근무를 하기로 예정됐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계약직으로 입사해 최근 3개월간 주당 평균 근무일수는 4.8일,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1시간이었다.
경찰은 그의 최근 검진 기록과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지병 가능성을 살피는 한편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앞서 닷새 전인 지난 21일 오후 10시30쯤 화성시 신동 동탄1센터에서도 계약직 워터(간접) 업무를 맡았던 30대 B씨가 야간조 식사 무렵 센터 식당에서 쓰러져 숨졌다. B씨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근무가 예정돼 있었다.
쿠팡 노동자 대책위와 현장 노동자 증언 등에 따르면 당시 유리병 포장 라인의 워터 인력이 부족해 B씨에게도 업무가 몰린 상태였다.
B씨 유족 측은 지난 25일 수원 한 장례식장을 방문한 정의당 권영국 대표와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쿠팡 노동자 죽음은 뉴스를 보고 잘 알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차례가 될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국과수로부터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전달받은 상태다.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 캠프 등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는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다. 지난 8월 용인 물류센터 냉동창고에서 50대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고, 3월에도 안성 물류센터에서 5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져 사망했다.
사망 사고가 반복되자 노동계에서는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부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권영국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쿠팡에서 올 한해에만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뇌심혈관 질환 등 과로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쿠팡의 변명처럼 개인 지병이나 질병 때문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를 산재사망 근절 원년으로 만들자고 했는데 이처럼 끊이지 않고 사망이 이어지는 이런 기업부터 성역을 두지 말고 진상규명을 위해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측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인은 수사기관의 부검 등 공식 절차를 통해 확인될 것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추측은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