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내달부터 지침 변경
경미한 다툼도 개입땐 사건 확대
학교폭력 수위 판단 기준 '모호'
교육청 “학교 자체 판단에 맡겨”

경기도교육청이 새학기부터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학교장 재량에 따라 '학교폭력전담조사관'을 투입하지 않고도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학폭 지침을 바꾸기로 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폭 수위 판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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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도교육청은 교육부 운영 지침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학폭 전담조사관 제도를 도입, 학폭 사안 발생 시 모든 사안을 학폭 전담조사관이 조사하도록 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접수된 모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학폭 전담조사관을 파견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경기 지역 학교 현장 의견을 받아본 결과 전담조사관 파견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51%가량 나왔다.
학생 간 경미한 다툼일 경우에도 전담조사관이 개입되면 학폭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는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교장 요청에 따라 자체 조사가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학폭 사안 조사 주체를 학교로 정하기로 했다.
학교 측에서 학폭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학폭 조사가 필요하면 전담조사관을 요청하도록 하는 등 학교장 재량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학폭 수위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학교가 사안을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만큼 학폭 은폐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주 이상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학폭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폭 신고·진술·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를 '경미한 학폭'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지역 A교사는 “학교에서 경미한 사안을 자체 종결하라고 하는데 애매한 기준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감당이 더 어려워 부담이 크다”고 했다.
B교사도 “경미한 학폭은 학교장 재량으로 판단해서 처리해야 한다면 지침이나 규정을 좀 더 세부적으로 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법률상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 경미한 기준은 명시돼 있다”며 “단순 관계적 갈등도 전담조사관이 조사하는 순간 심각한 학폭 사안이 될 수 있어 행정·교육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학교 자체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새로 선발된 전담조사관 222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역량강화 연수를 통해 사안 처리 공정성을 높이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