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발안 초등학교 급식실
밀폐공간서 조리…체감온도 37도
냉방기 고장·환기시설 불량 방치
고용부 “온습도계 설치 지침 마련”

경기도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9일 오전 화성시 향남읍 발안초등학교 급식실. 내부는 희뿌연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형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고, 환기도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조리실무사들은 온몸을 꽁꽁 싸맨 채 땀을 쏟아내며 500인분 가까운 급식을 조리하고 있었다.
조리사 1명과 조리실무사 4명이 근무 중인 발안초 급식실은 ‘공동조리교’로 운영, 인근 초등학교 1곳과 유치원 1곳까지 하루 약 500인분 급식을 책임진다. 이날도 닭봉을 굽는 오븐 옆 온도계는 45.3도를 가리켰고, 한 실무사는 30여분간 커다란 솥을 휘저으며 에그스크램블을 만들고 있었다.

스탠드형 에어컨 두 대만 돌아가는 급식실은 내부 체감온도만 36~37도를 웃돌았다. 급식실은 천장형 에어컨 12대가 전부 고장난 채로 현재까지 수리가 지연되고 있다. 학교 측은 임시방편으로 스탠드형 에어컨을 설치했으나 최근 전력 과부하로 화재 사고가 나기도 했다.
2023년부터 이곳에서 근무 중인 한 조리실무사는 폐암 전단계 진단을 받은 상태다. 그는 “환기도 제대로 안 되고 에어컨은 고장 난 채 계속 방치돼 있다”며 “일하면서 암 세포가 0.2㎜ 더 자랐다”고 토로했다.

세척실은 습도가 72%를 넘긴 매우 습한 상태였다. 한 조리실무사는 “힘들면 119를 부르라고 하는데 땀나고 머리 아프다고 부를 수 있나. 안 겪어본 사람들은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날도 조리 중이던 40대 조리실무사 한명이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탈의실로 향했고 119가 출동해 응급조치했다.
발안초 급식실 문제는 냉방기 고장뿐만이 아니다. 환기시설 불량, 하수구 막힘, 천장 탈락, 바닥 파손 등 각종 시설 문제도 수년째 방치돼 있다. 1997년 급식을 시작한 이 학교는 2009년 이후 16년 동안 현대화 사업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은 “온열질환 중대재해 발생 위기인 급식실에 대해 교육청과 학교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폭염기 급식은 중단하고 냉방·환기 시설 전면 개보수를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 밥이라는 이유로 노동자 생명과 안전이 경시돼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동행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온열환경 관리 가이드라인상 온도가 33도를 넘으면 2시간마다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며 “급식실 조리공간에 온·습도계를 제대로 설치하고 대응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안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급식실 내 열악한 환경과 시설 노후화로 인한 산재 사고는 경기지역 학교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가 파악한 사례를 보면 여주 A 중학교는 세척실 타일이 터지기 직전이고, 양평 B 초등학교는 식기세척기도 없이 40대 배식차를 외부로 옮기다 산재가 다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성남 C 초등학교는 조리실 바닥 트렌치 구조로 인해 매일 쇠덩이를 들어야하는 탓에 부상이 잦은 상황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종사자에 대한 온열질환 위험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발안초의 경우 전체 에어컨 교체 계획은 예산 문제로 무산됐다”고 했다. 이어 “냉방기 작동 여부를 학기 초 점검하고 시설 중 냉방기능 개선을 우선하도록 내부 지침을 두고 있다”고 했다.
/김혜진·추정현 기자 trust@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