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해사법원 설치


신설 시 국부 유출·물류 분쟁 타개 주목
법률·물류 인력 양성 등 체계적 변화 시급

中, 1984년부터 해사법원 운영 중
해상법 개정 국제적 어젠다 선점 의욕
한국과 국제 분쟁 일촉즉발…대응 필요

인천 정치권, 설치 패키지 법안 발의
해사민사·해사행정사건 처리 등 담겨

인천항물류협 “해양산업 발전 기여할 것”
선박 금융·보험 활성화·외국 기업 유치 전망

▲ 5일 서울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해사 전문법원 인천 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인천지역 국회의원들과 내·외빈들이 해사법원 유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 5일 서울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해사 전문법원 인천 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인천지역 국회의원들과 내·외빈들이 해사법원 유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해사법원 신설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제는 유치전으로 힘을 빼기보다 법원 설치를 통해 인천의 경제 전반을 어떻게 슬기롭게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다. 해사법원 설치 시점을 장담할 순 없지만, 올해 안에 입법이 이뤄질 것이란 정치권의 전망이 우세하다.

인천에 해사법원이 설치되면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국부 유출과 물류 분쟁을 '인천'의 입장에서 타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주목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관련 인력 양성과 함께 물류 전반에 걸친 인천의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해사법원, 설치 당위성

바다 관련 국제법 효시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1982년 채택, 1994년 발효됐다. 바다를 통한 물류 이동이 빈번하고, 자원 채굴과 해양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짐에 따른 분쟁을 막으려는 조치다.

세계적으로는 중국과 싱가포르, 영국, 미국, 네덜란드에서 독립 해사법원, 고등법원 산하 전문법원, 연방지방법원 전담부, 항만 지역 법원 전담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1984년 해사법원을 설치했다.

현재 중국에는 동해안 주요 도시 상하이, 칭다오를 비롯해 난징 등 11곳에 해사법원이 있다. 이곳에서 선박 충돌과 해양시설 손상을 비롯해 선박 매매, 해양 자원 탐사와 해양오염 등 108개 해사 사건을 관할한다.

지난해 해사전문법원 인천유치범시민운동본부가 중국 칭다오 해사법원을 방문해 전문적으로 해사 사건을 다루고 있는 중국의 현황을 살펴봤다.

정대 국립해양대 교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우리나라의 해사법원 설치 논의와 중국의 해사법원 제도'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해사 소송 관련 절차법 제정 측면 및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설치된 해사법원 운영 측면에서 볼 때, 영국 및 미국의 경우보다 중국의 해사법원 제도의 모델이 우리나라의 해사법원 설치 논의와 관련해 유익하고 생산적인 입법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욱이 중국은 올해 중 해상법을 전면 개정해 국제화, 해양환경 보호, 국내 민·상법 연계를 통해 국제적 아젠다를 선점하겠다는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해사 분쟁은 일촉즉발이다. 중국의 동해, 한반도 서해에서는 늘 어업권, 해양 관할권, 해상 안전 등의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40년 넘게 독립 해사전문법원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과 이제야 신설 가능성이 엿보이는 한국의 해사법원이 법적 소송전을 맞붙게 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독립적인 해사법으로 운영되지 않고 상법 내 해사 관련 법안이 담겨 있는 데다 이마저도 대물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법 체계의 논란도 있다. 세계로 오가는 배의 특징상 소유자와 선박 등록지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은 해양경찰청이 있는 만큼 그에 따른 국제 분쟁 우려를 늘 안고 있다.

해사사건이 전문성과 국제성, 복잡성 등 성격을 갖는 만큼, 이를 담당하는 해사법원 설립 시 전문인력 양성 및 확대 또한 필요하다.

사법정책연구원이 2021년 펴낸 '해사법원 설치에 관한 연구' 현안보고서에서는 “해사법원이 설치된 이후에는 그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 본 소송절차 및 보전처분, 강제집행상 특례의 도입, 전문인력 제도의 도입, 국제 해사 사건 유치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사전문법관제도의 운영을 비롯해 해사법원에 해사전문심리위원, 해사사법보좌관, 해사전문집행관 등을 둘 것을 제안했다.

지역 내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법조·항만계 등이 연합해 전문 교육 프로그램 마련 및 운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A 교수는 “해사법원 설치에 맞춰 기존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해양법 전문가 교육뿐만 아니라 나아가 비법조인에 대해서도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인천에는 인하대 로스쿨이 물류법을 특성화하고 있고, 인하대 물류대학원의 명성이 높다. 지속가능성 확보 및 국제경쟁력 강화, 전문성 제고를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인천시와 인천지방변호사회 등 관련기관이 연합해 유관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사법원, 인천을 성숙시킬 기회

“해사법원은 단순히 해양 분쟁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인천의 윤상현(국, 동구미추홀구을)·박찬대(민, 연수구갑)·정일영(민, 연수구을)·배준영(국, 중구강화군옹진군) 국회의원이 22대 국회 들어 발의한 해사전문법원설치 관련 패키지 법안에는 해사법원의 역할을 해사민사사건 처리, 해사행정사건 처리, 국제상사사건 처리 등으로 분류한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인천과 부산에 각각 국제상사 사건을 담당할 해사법원을 설립하자는 같은 당 대선후보 공약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미 기업체의 국적은 모호하고, 자본 또한 나라의 경계가 허물어졌으며 각종 경제·관세·물류 조약 등으로 국제 분쟁은 늘 만연한다. 더구나 바다와 하늘길이 복잡하게 이어진 인천으로서는 늘 상사 분쟁에 노출돼 있다.

이에 국제 사건과 국내 사건이 엄연히 성격이 다르고 취급할 수 있는 물류·법률 전문가가 필요한 만큼 해사법원 설립을 전·후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해양 사건 비용은 단일 건마다 규모가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천문학적 액수까지 치솟는 만큼 단순히 법조인 양성에 그치지 않고, 물류 전반에 걸친 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인천시, 부산시 등이 분석한 해상 분쟁 비용은 연간 적게는 2000억원부터 많게는 5000억원에 이른다.

인천항발전협의회 등 인천 바다 물류 관계자들은 “해사법원은 법률서비스 강화를 넘어 해양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지난 2023년 7월 국회에서 열린 '해사전문법원 인천 유치 정책토론회'에서는 해사법원의 인천 유치를 통해 해상 분쟁 신속 해결은 물론 해사 중재와 조정 산업 유치, 선박 금융·보험 활성화, 외국 기업 유치와 인재 양성 및 법률 전문 시장 확대 등을 전망했다.

인천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해사법원 유치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 경제 상황 중 허약한 금융·보험 활성화와 외국 기업 유치는 한 단계 진일보한 인천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민선 4기부터 지금껏 금융과 외국 기업 유치 등이 해사법원 설립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강동준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천에는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아시아·태평양지역센터 등 15개의 국제기구가 자리하고 있어, 해사전문법원 설립 시 국제기구와의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연계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해사법원의 사건 처리 범위를 기존 민사사건에서 어업권 등으로 확장할 경우, 해양경찰청 본청이 위치한 인천이 업무를 처리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주영·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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