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마다 지옥철⋯약속은 지연뿐
경기북부 주민, 피켓 들고 거리행진
“공약 이행 없으면 더 강하게 행동”
대통령실에 1호선 증차 요구서 전달

수도권 전철 1호선 증차를 요구하는 경기 북부 주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개통 20년이 지났지만 운행 횟수는 되레 줄었고, 교통 소외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불만이 누적됐다. 정부·국토교통부·코레일을 향한 요구는 범시민 대중운동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15일 오후 2시, 양주 덕계역 광장은 피켓을 든 양주·동두천·연천 주민 15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1호선을 즉각 증차하라”는 구호를 외친 뒤, 덕계역 인근 상권을 행진하며 “대통령은 증차 약속을 이행하라”, “국토부는 증차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지적한 문제는 ‘증차 없는 20년’이다. 1호선 개통 초기 양주행은 하루 230회, 동두천행은 138회였지만 현재는 각각 207회, 136회로 감소했다. 특히 급행이 정차하지 않는 덕계역은 상·하행 합산 120회뿐으로, 주민들은 “출퇴근 자체가 고행”이라고 지적했다.
한현호 1호선 증차 범시민추진위원장은 “양주에 이사 온 지 20년이 됐는데 지금 전철 운행 횟수가 더 적다. 당시 인구 17만 명이 지금 30만 명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성토했다. 이어 “세 지역 주민이 힘을 모으면 반드시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도 후보 시절 1호선 증차를 약속했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을 한다는 정부 철학에 맞춰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서는 경기북부의 장기 희생론도 제기됐다. 양주 시민 A씨는 “72년 동안 경기남도 발전을 위해 경기북부가 감내해 온 안보·군사·환경 희생을 이제는 보상해야 한다”며 “그 보상은 결국 교통 복지”라고 말했다. 시민 B씨는 “지하철 한 대 놓치면 연천에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는 단순 불편이 아니라 일자리 이동권·정주권 침해”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영주(국민의힘·양주1) 경기도의회 의원이 유일하게 집회에 참석했다. 이 의원은 “1호선 운영 적자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증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 모두가 끝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범시민 대중운동으로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 추진위는 지난 6월 출범 이후 서명운동·캠페인·집회 등을 이어왔으며, 현재까지 모인 서명은 6만 명을 돌파했다. 세 지역 전체 인구의 15%를 넘는 규모다. 추진위는 “증차 요구는 단순 민원이 아니라 시민의 시간을 되찾기 위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추진위 질의에 “이용 수요, 선로 용량, 가용 차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열차운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주민 행동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추진위는 오는 28일 대통령실에 증차 요구서를 공식 전달할 계획이며, “증차가 실현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주=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