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 제한·정비 거부 민원 잇따라
전국 최초 비법정도로 관리 연구 착수
기부채납·TF 운영으로 체감형 개선

▲ 김태환(79) 씨가 소흘읍 자신의 땅을 시에 기부해 마을 안길을 아스팔트로 포장한 뒤 주민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살펴보고 있다. /인천일보 DB
▲ 김태환(79) 씨가 소흘읍 자신의 땅을 시에 기부해 마을 안길을 아스팔트로 포장한 뒤 주민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살펴보고 있다. /인천일보 DB

비법정도로의 법적 사각지대가 시민 갈등과 행정 혼선을 키우고 있다. 사유권과 통행권이 충돌하면서 통행 제한과 정비 거부 등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었다.

1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전국적으로 소유권이 복잡하거나 경매로 취득한 사유지에서 통행을 막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토지 소유자가 정비에 동의하지 않아 마을안길 정비가 어렵고, 주민들은 위험에 상시 노출돼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포천시는 지난 1월부터 비법정도로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위험시설 수요조사와 찾아가는 마을안길 해결팀을 운영해왔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경기도 주관 ‘2025년 제2차 시군 정책연구 과제 공모’에서 최종 선정돼 도로관리 분야에서 제도 개선 가능성과 추진 의지를 인정받았다.

시는 이를 계기로 전국 최초로 ‘비법정도로 관리 기능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연구는 2026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진행되며, 전국 지자체가 공통으로 겪는 관리 한계를 개선하는 최초 사례다

비법정도로는 도로로 사용되지만, ‘도로법’상 도로로 인정받지 못한 사유지다. 마을안길과 현황도로가 포함되며, 법적 지위가 불명확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 소유권이 복잡한 토지에서는 일부 소유자의 통행 제한이나 정비 거부로 마을 간 분쟁과 안전·재산권 민원이 발생한다.

특히 여러 차례 상속이나 소유권 이전으로 소유관계가 복잡한 경우, 사용 동의를 받아 개설된 도로라도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맹점을 이용해 통행을 막는 사례가 있다. 일부 경매 소유자는 주민에게 높은 가격으로 토지 매수를 요구하기도 한다.

사유지 도로는 포장이나 상하수도 설치 등 행정당국 유지·보수가 소유자 동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률상 원인 없이 개인 토지를 도로로 정비하면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발생할 수 있어 적극 관리가 어렵다. 기부채납 전담 부서가 없고, 민원 대응 인력도 부족해 문제 해결이 지연된다.

실제 포천의 일부 지역에선 증여·경매로 토지 소유자가 바뀐 뒤 도로 통행이 제한됐다. 마을안길 정비가 어렵고 주민 불편이 장기화되면서 행정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주민이 자발적으로 마을 안길을 시에 기부한 사례도 있다. 소흘읍 김태환(79)씨는 지난 2024년 5월 자신의 땅을 기부해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일보 2024년 7월3일자 16면 이웃을 위한 땅 기부, 마을엔 웃음꽃 활짝>

시는 TF팀을 구성해 현황 조사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기부채납 절차 정비, 민원 대응 효율화, 전담 창구 구축 등 시민 체감형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비법정도로는 시민 생활과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의 손이 닿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전국 지자체가 참고할 표준 관리모델을 만들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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