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이가팔2리 김태환씨]

타지생활 접고 20여년 전에 귀향
마을회관·도로 사유지 선뜻 내놔
동네 묵은 불편 해소·화합 이바지
“주민 행복해하는 모습 보니 좋아”

▲ 김태환 어르신이 마을 주민을 위해 기부한 마을회관과 마을 안길 사도(私道)를 손으로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태환 어르신이 마을 주민을 위해 기부한 마을회관과 마을 안길 사도(私道)를 손으로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비가 오면 땅이 질퍽거리고, 풀도 많이 자라서 많이 불편했지. 땅을 기부하고 도로포장을 했더니 시골길이 명동길이 됐어.”(김환성 전 이장)

“마을회관 건물이 낡고 오래돼 새로 지으려 해도 개인 땅이라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지만, 땅을 흔쾌히 기부해줘서 건물을 다시 지었어. 지금 얼마나 편한지 몰라.”(최석윤 노인회장)

“알짜배기 땅(마을회관)을 기부해주셨어. 마을안길도 지저분해서 포장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바로 기부채납하겠다고 말씀하셨어. 요즘 이런 사람이 어딨어.”(윤정옥 이장)

포천시 소흘읍 이가팔2리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이 떡과 식혜 등 다과를 즐기면서 땅을 기부한 김태환(78) 어르신에 대한 얘기로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이가팔2리는 현재 281가구에 483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주민도 고령화로 청년보다 어르신이 더 많다. 어르신들의 쉼터라고는 마을회관이 전부다.

마을회관의 역사는 꽤 깊다. 사연도 많다. 그 중심엔 김태환 어르신의 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5대째 마을을 지키고 있는데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사실 마을 전체 면적의 70%는 김씨 가족이 소유한 땅이었다.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마을 안길도 사도(私道)였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집을 새로 지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김 어르신의 부친께서 주민들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땅을 싸게 팔았다. 마을회관을 지을 수 있도록 터까지 제공해줬다.

이러면서 살기 좋고 인심 좋은 마을이 형성됐다. 공장도 하나, 둘씩 들어섰다. 송우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 등에서 생활했던 김태환 어르신도 20여년 전 고향으로 내려왔다.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사이좋게 지냈다. 그러던 중 마을회관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 새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개인 땅이라 지자체 지원이 불가능했다.

그러자 김태환 어르신은 마을 주민들의 쉼터인 마을회관의 땅 331㎡를 포천시에 기부했다. 그 뒤 낡고 오래된 마을회관은 지난 2007년 6월 새로 건립됐다.

주민들은 마을회관 입구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송덕비를 설치했다. 새롭게 단장된 마을회관에선 매일 주민들의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 등으로 반찬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 하고, 노인회는 매주 3회에 걸쳐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기도 했다.

김태환 어르신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마을 안길 157㎡를 시에 또다시 기부했다. 도로는 아스팔트로 깨끗이 포장됐다.

그가 시에 기부채납한 땅은 총 488㎡, 공시지가로 환산하면 7200만원이 넘는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2억원이 넘는 돈이다.

유재현 소흘읍장은 “요즘 도로를 막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데 김태환 어르신이 마을회관 땅도 그렇고 사도까지 기부해줘서 마을 주민들이 너무 행복해한다. 존경하는 마음이 크다”며 엄지손을 치켜들었다.

김태환 어르신은 “이가팔2리는 김해김씨 집성촌이었지. 선조 때부터 지금까지 살았어. 내가 4대째야. 아버지께서 주민들을 위해 마을회관을 지을 수 있도록 땅을 빌려줬어. 마을안길도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해줬지. 내가 땅을 상속받았는데, 마을주민들을 위해 기부채납하면 좋을 것 같아 기부하기로 했어. 주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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