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공사, 파크골프장·테마파크 추진에 '어깃장'…관할권 이관 갈등 표면화 시각도

수도권매립지 내 폐기물 매립이 종료된 부지 활용 사업을 두고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파크골프장과 테마파크 조성 등 사업 추진 방향과 운영권을 둘러싼 의견 충돌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런 배경에는 10년째 답보 상태인 'SL공사 관할권 인천시 이관'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시에 따르면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 유휴 부지 12만여㎡에 72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시비 100억원과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기금 14억원 등 모두 114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SL공사는 최근 시에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시 출자·출연기관만이 파크골프장을 운영할 수 있게 한 '인천시 수도권매립지 파크골프장 운영 및 관리 조례'가 제정되자 SL공사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공사는 파크골프장을 자체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SL공사 관계자는 “파크골프장 조성은 매립지 영향권 주민을 위해 공사에서 직접 추진한 사업”이라며 “수도권매립지공사법에 따르면 매립지 관리와 개발 의무는 공사 권한인데 인천시 조례는 공사 운영을 원천 차단해 상위법에 어긋나고 공사 역할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승마장 부지 활용 방안을 두고서도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올 1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승마장 부지 약 17만㎡에 아쿠아리움 등을 포함한 돔 형태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4월에는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조성한 뒤 소유권을 공공에 이전하고 일정 기간 운영권을 갖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이 포함된 구체적 추진 전략도 내놨다.
그러자 SL공사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공사와 협의 없이 언론에 먼저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며 “실무 협의에서 공사가 제시한 요구 사항을 적극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시와 SL공사는 이 사업과 관련해 실무 회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수도권매립지 부지 활용 사업을 두고 시와 SL공사가 불협화음을 빚자 지역사회에서는 환경부 산하 공기업인 SL공사 관할권을 시로 이관하는 문제가 갈등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15년 인천시·서울시·경기도와 환경부 등 4자 협의체는 SL공사 관할권 이관에 합의했지만 현재까지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는 SL공사 관할권을 넘겨받아 수도권매립지 운영과 사후 관리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SL공사와 노조는 “수도권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가 불확실해진다”며 이관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시는 SL공사 이관을 위한 지방공기업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했다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 유휴 부지는 시민 편의를 위해 활용돼야 한다”며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SL공사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슬기 기자 zaa@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