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00t이 넘는 해양쓰레기가 인천 앞바다로 쏟아진다. 섬 곳곳에는 성인 키를 훌쩍 넘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를 떠다니며 해양생태계를 위협한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과학적 분석과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 간 협력,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이뤄져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승범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교수 겸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장

“인천 앞바다는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 어업 활동 중 버려지는 쓰레기, 중국에서 유입되는 쓰레기가 모두 이곳으로 몰려듭니다.”

우승범 교수는 인천이 처한 해양쓰레기 환경의 특수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한강 하구에 위치한 지리적 특수성과 다수의 섬, 중국 양쯔강과 북서풍의 영향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천 바다에 한 번 유입된 쓰레기는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며 “한강 상류 지역인 서울, 경기권 주민들과 공동 대응이 필요하고, 중국과의 국제적 협력, 어민들의 의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해양쓰레기 대응의 출발점으로 ‘쓰레기 이동 경로 추적을 위한 데이터 기반 조사’를 강조했다. 인하대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트윈 기술과 하와이대의 쓰레기 이동 추적 기술을 결합해 쓰레기 이동 경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처럼 수거와 처리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쓰레기가 어디서 오고 어디에 쌓이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해 인천시와 함께 해양쓰레기 실태조사에 나서고, 인천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과학적 조사에 기반한 국제 공동 연구와 정책 협의, 장기적인 재정 투자가 이어져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대런 러너(Darren T. Lerner) 미국 하와이대학교 씨그랜트센터장

“해양쓰레기 대응이 정부 주도에만 머문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런 러너 센터장은 하와이 사례를 들며 ‘지역사회 중심의 접근’이 해양쓰레기 대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와이에서는 서프라이더 재단(Surfrider Foundation), 지속 가능한 해변 하와이(Sustainable Coastlines Hawaii) 등 지역 비영리단체가 정기적으로 해변 청소를 주도한다.

또 하와이 관광청은 ’하와이를 보살핀다’는 뜻의 말라마 하와이(Malama Hawaii)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여 숙박업체는 투숙객이 해변 정화에 나서면 숙박 할인권, 청소 도구 등을 제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그는 “하와이에서 수거되는 해양쓰레기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들이 모은다”며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와 민간, 공공이 함께 움직여야 해양쓰레기 대응이 일회성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는다”고 말했다.

대런 러너 센터장은 해양쓰레기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단기 예산 구조’를 지목했다.

하와이대 씨그랜트가 추진 중인 해양쓰레기 대응 프로젝트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지원을 받아 3년간 총 500만 달러(약 70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단기 보조금에 의존하다 보니 예산이 끊기면 활동도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거뿐 아니라 교육, 단속, 기술 개발 등 전반에 걸친 안정적 장기 투자가 없으면 해양쓰레기 문제는 몇 년마다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승분 인천시의원

“해양쓰레기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발생부터 처리까지 서울·경기와 중앙정부가 공동 책임을 지고, 이후에는 국제 공조로 확대해야 합니다.”

유승분 인천시의원은 인천이 한강 하구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며 한강수계기금 분담률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 상류에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지만 실제 처리 비용은 인천이 더 많이 부담하고 있어 불합리하다”라며 “서울·경기와 중앙정부가 책임을 나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분담 구조 조정을 위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수거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양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과 필요한 예산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있어야 4자(서울·경기·인천·중앙정부) 협의를 통한 분담률 조정이 가능하다”며 “인천시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태조사나 조정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천 해양쓰레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어구 쓰레기 문제는 기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구 실명제 시행 이후 폐어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시행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실명제와 함께 생분해성 어구 보급 확대 등 시행 중인 기존 정책을 보완·활성화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합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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