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초교 집단 학폭 피해 학생
가해 학생과 같은 중학교 배정
학부모 “반이라도 달리 해달라”
전문가 “진학시 신중한 배려를”

'성남 초등학교 집단 학교폭력 사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들이 같은 상급학교에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당국이 규정에 얽매여 피해 학생 트라우마 등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피해 학생에 대한 2·3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일보 2월11일자 6면 [단독] ‘성남 학폭’ 가해 학생 4명 법원 소년부 송치⋯성남시의원 자녀 포함 등>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성남시 한 초등학교 학폭 사건 피해 학생인 A(13)양은 가해 학생 B(13)양 등 5명과 해당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중학교에 함께 배정됐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르면 학폭 가해 학생 조치사항 중 '8호(전학) 처분' 이상을 받은 경우에만 상급학교 배정 시 피해 학생과 분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 학생들은 최대 '7호(학급교체) 처분'을 받으면서 학폭위 결과와 관계없이 근거리 배정 원칙에 따른 학생 지망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았다.
A양 가족은 학폭 피해 트라우마가 여전한데도 가해 학생들과 같은 학교로 배정된 것에 대해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A양 할아버지는 “같은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또다시 학폭 피해를 당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새로 진학하는 중학교 측에는 반 배정이라도 달리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성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1~7호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가해 학생을 피해 학생과 강제로 분리 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상급학교 진학 시 반 분리 배정을 요구할 경우 학교 측 판단으로 고려될 순 있다”고 했다.
앞서 학폭이 발생한 해당 초등학교에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동급생인 B양 등 5명이 A양에게 학폭을 가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가해 학생들은 A양에게 모래를 강제로 먹이거나 흉기로 위협, 욕설을 하는 등 상습적인 폭력을 가했다. A양은 학폭위가 열리기 전까지 가해 학생들로부터 2차 피해도 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 이후 3개월여 만인 지난해 10월 열린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들 중 2명은 7호 처분인 학급교체 처분 등을 받았고, 2명은 서면사과, 출석정지 등 조치를 받았다. 1명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학폭위 조치는 1호(서면사과), 2호(접촉·협박·보복 금지), 3호(학교봉사),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9호(퇴학)로 분류된다. 6호 이상은 학폭이 지속적이거나 수위가 높다고 판단될 때 내려진다.
전문가들은 학폭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같은 학교로 진학하는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당시 학폭위에서 학급교체 처분이 나왔다면 최소한 상급학교 진학 시에도 같은 조치가 이뤄지도록 교육청과 학교의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학교 측은 “피해 학생이 반 편성 시 가해 학생들과의 분리를 요구한 상황이어서 이를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