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시민 등 150여명 “이영경 성남시의원 사퇴하라”
자녀 손잡고 촛불집회 참석한 학부모들 학폭 근절 한목소리
▲ 9일 오후 6시부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5번 출구 앞에서 학폭 근절을 촉구하는 ‘제1회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김규식 기자 kgs@incheonilbo.com

최근 성남시 분당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OUT 피해자 보호 가해자 엄벌 학부모 모임(학폭 OUT 학부모 모임)’은 촛불집회를 열고 ‘권력형 학폭’을 근절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학폭 OUT 학부모 모임은 9일 오후 6시쯤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5번 출구 앞에서 ‘제1회 촛불집회’를 열고 “권력형 학폭 근절하고, 학폭 처벌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성남 학폭 사건 가해 학생 학부모 중 한 명인 성남시의회 이영경 의원의 자녀 학폭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학부모와 시민 등 150여 명은 주말 저녁 시간대임에도 촛불과 피켓을 들고 근조화환 리본을 둘러맨 채 집회에 나선 모습이었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학폭 솜방망이 처벌 STOP 안전한 우리 학교 START’, ‘권력형 학폭 OUT 공정한 학교 IN’ ‘모래 학폭 분노’ 등이 적혀 있었다.
서현역을 지나던 일부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집회를 지켜보거나, 학부모 등과 함께 ‘학폭 근절’을 외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집회에는 학생들도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친구들아! 이제 그만해’라는 학폭 근절 문구와 멍든 소녀 얼굴을 직접 그린 포스터를 든 배소영(12) 학생은 “경기도 광주에 살고 있지만 성남 학폭 사건 기사를 보고 속상한 마음에 이번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피해를 당한 친구의 마음이 어떤지 공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집회 첫 발언에 나선 강남·서초교육지원청 학폭 심의위원 김주현 변호사는 “이번 문제는 권력형 학폭 문제가 본질”이라며 “학교는 3개월이나 가해, 피해 학생을 분리하지 않았는데 성남시의원이자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한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학폭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법을 바꿔야 하고 권력형 학폭이 발생하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학부모와 시민 등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근조화환 리본을 둘러맨 채 집회에 참여했다. /김규식 기자 kgs@incheonilbo.com
6학년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학부모 송모(43)씨는 “우리 아이도 6학년이어서 이번 학폭 사건에 더 분노하고 공감이 됐다”라며 “가해 학부모가 시의원인 것도 화가 난다. 아이들의 지각없는 행동도 용서할 수 없지만 어른들의 책임지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하서영(43)씨는 “이번 학폭 사건처럼 비슷하게 억울한 일을 겪은 전국의 피해자들이 많았을 것 같다”라며 “학폭 솜방망이 처벌은 없어지고 처벌이 강화돼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학부모와 시민 등은 1시간여 동안 서현역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한 뒤 인근 서현고등학교까지 1시간여 동안 1.5㎞ 거리 행진을 하면서 ‘학폭 근절’을 외쳤다.
/성남=김규식·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