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주민, 성남 한 초교 앞 시위
가해 학생 부모 시의원직 사퇴 요구
미합의에도 높은 합의 점수 논란

시민 “조손 가정 피해자 가슴 아파”
교육감 “감사 통해 시정 조치할 것”
학교 “교육 관점서 적법 처리”입장

▲ 23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서현초등학교 앞에 '학폭 OUT 학부모·주민 모임' 등이 보낸 근조화환 수백개가 놓여 있다. 단체와 학부모들은 학폭 가해자 학부모의 시의원 사퇴와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23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서현초등학교 앞에 '학폭 OUT 학부모·주민 모임' 등이 보낸 근조화환 수백개가 놓여 있다. 단체와 학부모들은 학폭 가해자 학부모의 시의원 사퇴와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학폭 피해자의 고통을 잊지 마십시오,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자를 울립니다.”

23일 오전 8시쯤 성남 분당의 한 초등학교 앞. 길을 지나던 시민들과 등교하는 학생, 학부모들은 학교 앞에 놓인 100여개의 근조화환에 적힌 문구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인천일보 10월 2일자 6면 보도 성남 초등생 5명, 동급생 수개월 '집단 학폭'…경찰 수사 나서 등>

근조화환 문구를 본 한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등교하면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즉각 이야기하라”고 당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근조화환 시위를 주최한 '학폭 OUT 학부모·주민 모임'은 최근 발생한 초등생 학폭 사건에 대한 교육당국의 솜방망이 징계에 대해 분노했다. 그러면서 가해 학생 부모의 시의원직 사퇴, 피해 학생 치유 회복 조치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SNS 단체방을 통해 근조화환을 자발적으로 주문해 학교 앞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번 시위에 동참했다. 현재 해당 단체방에는 700여명 학부모들이 모여 있다.

모임을 만든 분당지역 학부모 나영호씨는 “학폭 피해 학생이 조손가정이라는 걸 알고 가슴이 아파서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내 자녀도 학폭 피해 당사자였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육당국의 대처 등에 공분을 느낀 경험이 있다”며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손자를 등교시킨 송모(73)씨는 “학군이 좋은 곳인데 이런 사건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속상하다”며 “여기 다니는 아이들은 이 주변으로 중·고등학교도 다같이 가야하는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이 학교에는 4∼6월까지 동급생 5명이 A(12)양을 집단 폭행하고 괴롭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학교 측은 학폭 신고 접수 후에도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을 분리 조치 하지 않아 A양은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폭 신고 3개월여 만인 지난 8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렸으나 주 양육자인 조부모가 아닌 타 지역에 거주하는 아버지가 학폭위에 참석하면서 A양은 가해 학생들과 같이 '학급교체' 처분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 학폭위 결과 주 가해 학생들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에도 화해 부분에서 좋은 점수(2점)를 받아 총 13점으로 학급교체 처분만 받았다. 15점 이상 받을 경우는 강제 전학을 가야 한다.

이에 대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엄격한 감사를 통해서 시정조치하겠다”며 “특정인이라고 해서 절차상 시간을 지연하거나 처벌이나 조치 수위를 미온적으로 처리한 게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학교 측은 이날 진행된 근조화환 시위에 대해 “학교는 학폭 관련 절차에 대한 것은 적법하게 교육 관점으로 처리한 사항이고 학폭 관련 조치 결과는 교육지원청 학폭위 조치 결정 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분당경찰서는 지난 16일 고소인 1차 조사를 마쳤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안철수 국회의원(분당갑 당협위원장)은 가해 학생 학부모인 시의원에게 “당을 떠나라”고 출당 명령을 내렸다. 다음 날 이 의원은 탈당했다.

/김규식·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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