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초등생 집단 학폭 사건
피해자 A양, 조부모와 거주
시교육청은 학폭위에 父 참석 안내
사건 모르는 父 '방어권' 행사 못 해
A양도 '학급 교체' 황당 처분 받아
전문가 “학폭법 보호자 범위 정의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참석하는 보호자의 범위가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탓에 학생의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지원청과 학교가 담당 장학사 판단에 따라 보호자 범위를 정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조부모 가정의 학생의 경우 방어(보호권)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인천일보 10월2일자 6면 성남 초등생 5명, 동급생 수개월 '집단 학폭'…경찰 수사 나서 등>
2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 예방법)'에는 학폭위에 참석할 수 있는 보호자의 범위가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
현재 보호자의 범위는 아동복지법에서만 근거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3호가 규정한 보호자는 '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다.
학폭위는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하는 보호자 범위를 참고하되, 명확한 규정이 없어 학폭위 장학사 등 판단에 따라 일반적으로 부모에 한정지어서 참석하도록 안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성남시 분당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폭 사건 관련해 지난 8일 학폭위가 열릴 때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동급생 5명으로부터 학폭 피해를 당한 A(12)양은 현재 조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번 학폭 사건이 밝혀지는 동안 가장 가까이서 A양을 지켜본 조부모가 학교 측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등 사건에 대처해왔다.
하지만 학폭위에는 A양과 함께 살지 않는 아버지가 참석했다.
당시 A양을 돌보는 조부모도 참석하려 했으나 성남시교육지원청 측은 친권자인 아버지의 참석을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폭위에 참석한 A양 아버지는 타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세세한 내용까진 알기 어려웠다. 학폭위 개최 결과 A양은 가해자와 함께 '학급 교체' 처분을 받은 상태다.
A양 할아버지는 “(A양) 아버지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학폭 관련 자료는 내가 전부 작성해 제출했기에 직접 학폭위에 참석해서 이야기하려 했지만 교육지원청에선 학부형만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A양) 아버지는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지 세부적인 내용까진 확인하지 못하고 들어가서 그런 측면에선 불합리한 제도로 보인다”고 했다.
A양처럼 조부모와 함께 사는 손자녀는 지난해 기준 전국 4만1364명가량이다.
학폭 전문 변호사인 법률사무소 용기 권성룡 변호사는 “학생 방어권 보장을 위해 상황이나 사건을 잘 아는 조부모 등도 보호자로 충분히 동석할 수 있지만 법률상 보호자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남교육지원청 측은 “통상적으로 친권자를 학폭위에 참석하도록 한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