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번호 사칭해 신뢰 유도⋯피해 속출
문자·앱 설치 링크로 개인정보 탈취
금감원 “의심 전화 즉시 끊고 신고해야”

▲ 우체국 ‘1588-1300’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캡처
▲ 우체국 ‘1588-1300’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캡처

# 양주에 사는 A(54)씨는 지난 20일 휴대전화로 걸려 온 ‘1588-1300’ 발신 전화를 받고 황당해했다. 우체국 공식 우편고객센터 번호였기 때문이다. 전화를 건 남성은 우체국 직원이라고 밝히며 “카드 배송을 위해 주소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포천에 거주하는 B(48)씨도 지난 9월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카드를 배송하려고 하는데 주소가 맞느냐”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 모두 실제 주소와 다른 배송지를 언급하자 의심을 품고 전화를 끊은 뒤 해당 우체국에 확인 전화를 걸었지만, 직원과 일치하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이었다. 피해는 없었지만,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24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우체국을 사칭해 “카드 배송 주소를 확인해야 한다”며 접근하는 보이스피싱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배송 기사·우체국 직원을 내세워 주소·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금전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발신 전화 위장이 문제로 지적된다. 우체국 우편고객센터 공식 번호인 ‘1588-1300’을 그대로 표시하거나 유사 번호를 띄우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 번호로 표시돼 수신자가 속기 쉽다. 우체국 측은 “의심스러운 전화는 즉시 끊고, 이용자가 직접 1588-1300으로 다시 걸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사기 수법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양주에 사는 C(56)씨는 “롯데 멤버스 카드 배송을 위해 연락드렸고, 주소가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 00번지로 돼 있다”는 전화를 받았으나, 우체국에 문의해 사기임을 확인했다. 

“배송지가 속초로 돼 있어 명의 도용이 의심된다”는 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며 추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이런 유형이 계좌번호·카드 정보·인증번호 탈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성동우체국 관계자는 “우체국은 카드 배송을 이유로 고객에게 사전에 전화하지 않는다”며 “1588-1300으로 표시되는 전화라도 해외 서버를 경유한 위조 발신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칭 신고가 연이어 접수되고 있지만, 피해 금액 요건 등 수사 제약으로 수사 진전이 더디고 관련 민원이 폭증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택배·금융상품·신용카드 관련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100% 사칭”이라며 “일절 응대하지 말고 기관에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공식 번호로 표시돼도 발신을 곧이곧대로 신뢰하지 말고, 카드·대출·계좌·재발급 안내 전화는 모두 의심해야 한다”라며 “앱 설치나 원격조작 요구가 있을 경우 즉시 중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은 의심 전화가 오면 국번 없이 '1332’로 문의하거나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포천·양주=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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