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살아야 평화 지켜져”
관광 프로그램·인프라 요구

[北 포격 이후 15년…연평도의 오늘은] (상) 세월에 아문 상처 '포탄 맞은 섬' 얘기에 다시 아려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15년이 지났다. 부서진 가옥과 상점들은 새로 지어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고향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 날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주민들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정부 지원에 따른 체감은 어떤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봤다.

▲ 19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중부리에서 15년 전 포탄이 떨어진 장소를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
▲ 19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중부리에서 15년 전 포탄이 떨어진 장소를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

인천 옹진군 연평도 면사무소와 파출소, 상점이 몰려 있는 섬 남쪽 길가 벽에는 지름 50㎝쯤 되는 구멍이 있다.

2010년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발사한 170여발 흔적 중 하나다.

흔적을 기록한 알림판에는 '연평도 포격 전 당시 적 포탄 낙탄 장소'라고 적혀 있다.

연평도 포격이 있은지 15년이 흐른 지난 18일 오후 다시 연평도 중부리를 찾았다.

온 동네가 아수라장이 됐던 그 날의 공포는 여전히 언론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세월은 이미 그 아픔마저 덮은 듯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여느 동네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자전거와 승용차를 타고 거리를 오가며 삶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었다.

연평도에서 40년 넘게 산 70대 최옥선 할머니는 포흔 바로 앞에서 민박집을 한다.

그는 당시 군인 면회객을 숙소에 데려오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난리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세월이 지나니 차츰 괜찮아졌다”며 “우리는 포격 몇 주년이고 할 것 없이 일상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했다.

당시 파괴된 민가 2~3채를 리모델링해 만든 안보교육장은 좁은 골목길 안 민가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시설 주변도 한적했다.

주민들은 15년 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면서도 이제는 '포탄 맞은 섬'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안보교육장에서 세 집 건너 사는 노경준(61)씨는 “여기 사람들은 아무래도 뱃길이 끊길 때마다 고립감을 느끼는데 외부에서 포탄 맞은 섬이라고 얘기를 꺼낼 때마다 반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연평도에는 포격 후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안보교육장과 전망대, 안보수련원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픈 섬'이 아닌 '평화'를 상징하는 곳이 되려면 프로그램이나 인프라 등이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재 연평도 문화관광해설사는 “I-바다패스로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시설들을 살펴보고 '별 거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 속상하다”며 “연평 관광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은주(58) 연평면 주민자치회 간사도 “우리 마을은 포격 맞은 건물들이 다시 지어졌을 뿐 크게 변한 건 없다”며 “연평도에 주민이 살아야 평화가 지켜진다. 이곳이 요충지라는 점을 관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글·사진 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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