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살아야 평화 지켜져”
관광 프로그램·인프라 요구
![[北 포격 이후 15년…연평도의 오늘은] (상) 세월에 아문 상처 '포탄 맞은 섬' 얘기에 다시 아려와](https://cdn.incheonilbo.com/news/photo/202511/1309650_638646_1247.jpg)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15년이 지났다. 부서진 가옥과 상점들은 새로 지어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고향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 날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주민들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정부 지원에 따른 체감은 어떤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봤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면사무소와 파출소, 상점이 몰려 있는 섬 남쪽 길가 벽에는 지름 50㎝쯤 되는 구멍이 있다.
2010년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발사한 170여발 흔적 중 하나다.
흔적을 기록한 알림판에는 '연평도 포격 전 당시 적 포탄 낙탄 장소'라고 적혀 있다.
연평도 포격이 있은지 15년이 흐른 지난 18일 오후 다시 연평도 중부리를 찾았다.
온 동네가 아수라장이 됐던 그 날의 공포는 여전히 언론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세월은 이미 그 아픔마저 덮은 듯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여느 동네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자전거와 승용차를 타고 거리를 오가며 삶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었다.
연평도에서 40년 넘게 산 70대 최옥선 할머니는 포흔 바로 앞에서 민박집을 한다.
그는 당시 군인 면회객을 숙소에 데려오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난리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세월이 지나니 차츰 괜찮아졌다”며 “우리는 포격 몇 주년이고 할 것 없이 일상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했다.
당시 파괴된 민가 2~3채를 리모델링해 만든 안보교육장은 좁은 골목길 안 민가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시설 주변도 한적했다.
주민들은 15년 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면서도 이제는 '포탄 맞은 섬'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안보교육장에서 세 집 건너 사는 노경준(61)씨는 “여기 사람들은 아무래도 뱃길이 끊길 때마다 고립감을 느끼는데 외부에서 포탄 맞은 섬이라고 얘기를 꺼낼 때마다 반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연평도에는 포격 후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안보교육장과 전망대, 안보수련원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픈 섬'이 아닌 '평화'를 상징하는 곳이 되려면 프로그램이나 인프라 등이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재 연평도 문화관광해설사는 “I-바다패스로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시설들을 살펴보고 '별 거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 속상하다”며 “연평 관광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은주(58) 연평면 주민자치회 간사도 “우리 마을은 포격 맞은 건물들이 다시 지어졌을 뿐 크게 변한 건 없다”며 “연평도에 주민이 살아야 평화가 지켜진다. 이곳이 요충지라는 점을 관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글·사진 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