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도지사 비서실 불출석…15분 만에 파행
“공직자 4000명 사퇴 요구에 응해야”
양우식 위원장 “의회 경시·도민 모욕”
김진경 도의장 “불참 사과·복귀해야”
내년 예산 심의 일정에도 불똥 튈 듯

경기도지사 비서실이 성희롱 발언으로 기소된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사무감사 참석을 전면 거부하면서 상임위 회의가 개의 15분 만에 파행했다.
도정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유의 사태다.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이 초고조에 이른 가운데 곧 시작될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9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시 도의회 운영위원회 회의가 열려 경기지사 비서실과 도지사·경제부지사 보좌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등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감장에 조혜진 비서실장과 안정곤 정책수석 등 비서실 보좌진이 모두 불출석했다. 지난달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인천일보 10월 31일자 6면 '양우식 경기도의원, 성희롱 발언 혐의로 재판행')된 양우식 위원장이 주재하거나 참석하는 상임위 회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비서실은 이날 도의회 운영위 행감 대상 도 공직자 일동이라는 명의로 낸 입장문을 통해 “양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은 엄연한 팩트(사실)로 밝혀졌고 검찰 기소가 이뤄진 상황에서 도덕성이 요구되는 운영위원장을 내려놓고 재판에 임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도 4000여명의 공직자를 대변해 노조가 양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감에 응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양 위원장은 “비서실의 행감 불출석은 의회 경시이고 도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하며 회의 개회 15분만인 오전 11시쯤 정회를 선언했다. 이어 “관련 법과 조례에 따라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반복되면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는 등 집행부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제31조(과태료)에 의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의장의 불출석 통보에 따라 도지사가 과태료를 최대 500만원까지 부과·징할 수 있다.
집행부의 불참 여파는 상임위를 넘어 의회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김진경 도의회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이견이나 내부 갈등 차원을 넘어 지방의회 감사권을 정면으로 부정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특정 위원의 발언이나 의사진행에 이견이 있다면 의회 내부의 절차와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피감기관이 스스로 행감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출석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김동연 지사를 비롯한 도 집행부는 이번 행감 불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감사에 즉시 정상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도 집행부가 의회를 존중하고, 법이 부여한 책임을 끝까지 이행할 것을 엄중히 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해 조례 개정을 통해 도지사 비서실을 행감·업무보고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으며, 이를 둘러싼 긴장감이 최근까지 누적돼 왔다. 실제로 최근 회의에서도 비서실의 업무보고 불참이 이어지며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행감 파행이 내년도 예산 심의 일정과 절차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정 핵심 기능을 총괄하는 비서실과 도의회 운영위원장 간 정면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도 주요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이미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서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충돌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