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어린 왕자와 여우 등 이색 조형물 눈길
“방사림 정비하면 5~6년 안에 회복 가능”

인천 옹진군 대청도 북쪽 옥죽동에 위치한 해안사구가 독특한 사막 풍경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바다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이 만들어낸 자연 지형은 ‘한국의 사하라 사막’으로 불리며 이국적 풍경을 자랑한다.
▲ 모래가 만든 대청도 이야기
“40년 전 이곳은 축구장 약 70개 크기를 자랑했던 거대한 모래사막이었습니다.”
지난달 2일 옥죽동 해안사구에서 만난 조철수 백령·대청 지질공원 해설사는 이같이 설명했다. 이 사구는 국내 해안사구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했다. 농여해변과 옥죽해변, 대진동해변에서 날아든 모래는 옥죽동을 넘어 산 건너편 답동해변까지 쌓일 정도였다.
이 때문에 지역에는 ‘옥죽동 처녀들은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을 갈 수 있다’는 속담까지 생겨났다. 처녀는 당시 미혼 여성을 뜻하는 표현으로 모래와 함께 살아온 섬사람들의 삶을 상징한다.
특히 이 속담은 당시 대청도의 주요 생업이었던 까나리 어업과도 관련이 깊다. 당시 남자들이 바다에서 까나리를 잡아 오면 여자들은 이를 삶아 말려서 전남 목포까지 가져가 팔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바닷바람에 날린 모래는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고, 이 속담은 모래와 함께 살아온 섬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민담처럼 전해지고 있다.
▲ 이국적 풍경, 관광 명소로 주목받아

옥죽동 해안사구는 자연 경관뿐 아니라 이색적인 볼거리로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사구 한가운데 설치된 쌍봉낙타 조형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짜 낙타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풍경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이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남긴다. 이날 현장에서도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언덕 위 전망대에는 ‘어린 왕자와 여우’ 조형물도 설치돼 사막 같은 지형과 동화적 감성이 어우러진 풍경을 완성한다.
바다와 사막이 공존하는 이곳은 다른 어느 해변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매력을 전한다.
▲ 줄어든 사구, 다시 되살린다

1980년대 들어 모래로 인한 생활 불편이 커지자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다. 모래는 집 안 식탁 위까지 날아들었고, 밥을 먹다 모래를 씹을 정도였다. 집 안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모래는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할 만큼 큰 불편이었다.
이에 정부는 해안선을 따라 방사림을 조성했고, 사구는 축구장 3~4개 크기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사구를 자연스럽게 되살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가톨릭관동대학교와 함께 관측 장비와 카메라 4대를 설치해 모래 이동 경로와 바람 방향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 방사림을 정비하면 바람길이 다시 열릴 수 있어요. 빠르면 5~6년 안에 예전 규모의 3분의 1 정도는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해안사구가 복원과 보존의 균형 속에 지속 가능한 해안 생태공간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대청도=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 인터랙티브 기사 링크: [섬, 하다] “한국에 사막이?”…인천 대청도 옥죽동 해안사구, 이색 볼거리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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