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로·용배수로 파손 심각, 153억 보수비용 추산
민원 급증, 482건 중 절반이 농로 보수
공사·시 분담안 제시, 지방정부 역할 필요

한국농어촌공사 김포지사(이하 김포지사)가 관내 농업 기반시설의 노후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김포시의 예산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중앙정부 지원만으로는 유지 관리에 한계가 뚜렷해 지방정부의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지사가 관리하는 농업기반시설은 용·배수로 923.3㎞, 농로 620㎞에 달한다. 이 가운데 농로 90㎞(14.5%)가 파손돼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며, 포장과 보수에만 약 153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농로와 수로의 파손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농민들의 생계와 안전을 위협한다. 농기계와 차량 통행이 막혀 영농 일정이 차질을 빚고, 집중호우 시 배수 불능으로 인한 침수 피해도 빈번하다.
실제 지난여름 고촌읍에서는 폭우로 차량이 휩쓸려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포지사는 “재난 대응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시설 보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시설 노후화는 민원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농업기반시설 관련 민원은 482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농로 정비 요구가 263건(55%)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목 정리 33건, 안전시설 설치 186건도 접수됐다.
김포지사는 긴급 보수가 필요한 25개 지구를 선정하고, 2026년부터 3년간 매년 10억 원씩 총 3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체 부담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2026년 예산에 시비 8억 원 반영을 요청했다.
지사 관계자는 “국비 지원은 대규모 사업 중심으로 편성돼 소규모 유지·보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생활 밀착형 사업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사는 김포 가현지구 농촌용수 이용체계 개편사업 등 9개 지구에서 총 616억 원 규모의 국고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이는 장기 구조 개선과 대형 시설 설치에 치중돼 있어 농민들이 체감하는 농로 보수, 준설, 안전시설 보강은 제외돼 있다.
김포시도 재정 여건상 공사의 요청을 전액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농민들의 영농 안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 여건상 공사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기는 쉽지 않지만, 농민 생활과 직결된 만큼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 평택시, 안산시 등은 최근 수십억 원 규모의 지방비를 투입해 농업기반시설 보수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김포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기반시설은 농민만의 자산이 아니라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재난 대응력과 생활 편의를 높이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투자는 지역 주민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포= 글·사진 박성욱 기자 psu1968@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