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열린 바닷길, 김포의 해양 정체성 재조명
경기만을 잇는 ‘통일 수로’, 김포의 미래 비전
단순 체험 넘어 ‘김포의 바다 시대’ 개막 신호

김포문화재단은 지난 25일 ‘경기바다 오감프로젝트’의 하나로 ‘김포는 바다다’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강과 경기만을 잇는 김포의 수로 역사를 복원하고, 해양관광도시로서 김포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취지로 경기도 도비를 지원받아 추진됐다.
공모를 통해 참여한 시민 260여 명은 김포 고촌 아라김포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해 인천 정서진과 서해갑문을 지나 초지대교를 거쳐 대명항에 도착, 다시 귀항하는 여정에 나섰다.

편도 35㎞, 왕복 6시간이 넘는 항해는 분단 이후 70년만에 처음으로 여객선을 통해 김포에서 서해로 향한 역사적 여정이었다.
‘경인운하-경기만-대명항’을 잇는 항로를 따라 ‘아라호’와 ‘KD 크루즈’가 운항하며 김포가 서해로 나아가는 관문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선상에서는 ‘물길의 역사에서 김포의 미래를 보다’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는 기조연설에서 “김포는 한강과 경기만이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해양문명과 내륙문명이 교차한 역사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포를 해양문명사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해륙사관(海陸史觀)’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과거 모든 물길이 경기만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졌듯 김포는 통일 수로의 중심이자 동아지중해의 십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포는 강의 도시를 넘어 바다의 도시로 나아가야 하며, 서울과의 수로적 연계 속에서 통합형 수로도시로 발전한다면 통일시대 한민족의 중심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원길 경기도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은 “김포의 바다를 경기도의 바다로 알리는 뜻깊은 출항”이라며 “도비 확보를 통해 해양관광 인프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곽종규 김포문화재단 대외협력부장은 “김포는 강·바다·운하로 둘러싸인 유일한 도시”라며 “자연과 역사를 시민이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포문화재단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김포를 ‘강과 바다가 연결된 해양관문도시’로 발전시키고, ‘경기바다 시민체험 프로젝트’를 매년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번 항해는 단순한 시민 체험 행사를 넘어 김포의 해양 정체성을 복원하고 경기만 해양문화권 속에서 김포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김포문화재단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경기만권 해양문화 콘텐츠 개발, 수로 관광 프로그램, 역사·생태 연계형 해상 루트 조성 등을 추진해 ‘김포의 바다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방침이다.
/김포= 글·사진 박성욱 기자 psu1968@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