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시골 교회서 배운 나눔이 봉사의 시작
폭력·절도 등에서, 온라인 디지털 기반 범죄 변화
유혹에 노출되기 전, 지역 사회가 선도 역할해야

▲민문기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
▲민문기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

김포에서 30년 넘게 청소년 선도와 교육 봉사를 이어 온 민문기(71·사진) 회장은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으로 27년, 학교운영위원장으로 다섯 번째 봉사 중이다. 그는 “어린 시절 시골 교회에서 배운 나눔의 정신이 지금의 삶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민 회장의 봉사는 1980년대 말 한국어린이재단 결연활동에서 출발했다. 김포로 이주한 뒤에는 중학교 육성회장, 학교운영위원장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지역 청소년 보호와 선도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김포청소년육성재단(현 청소년재단) 설립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재단 이사 4년, 김포외고 설립과 학교 기숙사 건립 지원 등 지역 교육 기반 강화에도 힘을 보탰다. 

그가 마주한 선도 현장은 쉽지 않았다. 최근 강화된 법적 기준으로 작은 일탈도 사건화되기 쉬운 환경에서 청소년은 자격지심·반항·무대응 등 다양한 방어 태도를 보인다. 민 회장은 “처음에는 날카롭지만 꾸준히 만나 웃어주고 인정해주면 조금씩 마음을 연다”고 말했다.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나 보호관찰 학생은 매달 상담이 필요하다. 그는 상담의 핵심을 ‘부모 연계’로 꼽는다. “대부분 문제의 뿌리는 가정에 있다. 부모가 함께 움직일 때 변화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고 했다. 

현장에서의 사례도 다양하다. 장난처럼 시작된 문제로 입건됐지만 상담을 거쳐 대학에 진학한 학생, 군 입대를 목표로 보호관찰을 성실히 마친 사례, 취업을 돕기 위해 면접장을 함께 찾았던 일 등이 그에게 큰 보람이다. 반면 보호관찰을 마친 학생이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을 때는 “봉사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범죄 유형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과거에는 폭력·절도 등 직접 범죄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온라인 도박·음란물 등 디지털 기반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전두엽을 무너뜨리는 유해 콘텐츠가 문제”라며 “아이들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경계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의 대응 체계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그는 경찰·검찰·보호관찰·학교 등 제도권 협력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관련 민간 단체는 분절적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단체 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협의체가 생기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청소년이 유혹에 노출되기 전에 지역이 자연스러운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37년 봉사를 돌아보며 그는 “아이들의 기를 꺾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잘못은 분명히 짚어주되 가능성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스스로 기준선을 세울 수 있게 돕는 것이 선도”라는 설명이다. 

결연 종료 후 학생 대부분이 과거를 아는 어른을 피하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이의 세계를 함께 걸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민 회장은 지역사회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김포의 민간 장학회와 기업이 결연·장학금·명절 선물 등으로 조용히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며 “이름 없이 봉사하는 분들이 김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매달 학생을 만나 생활습관, 진로, 취업까지 상담을 이어가며 “한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

/김포=글·사진 박성욱 기자 psu196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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