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2045년 탄소중립 선언
정책 재검토·계획 차질 불가피
환경 피해 온전히 시민 몫으로
“지속적 중단 노력해야” 목소리
시 “자체적 배출량 감축 고민”

▲ 인천시의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조기 폐쇄 계획이 끝내 무산된 가운데 23일 인천 옹진군 영흥면에 위치한 영흥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인천시의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조기 폐쇄 계획이 끝내 무산된 가운데 23일 인천 옹진군 영흥면에 위치한 영흥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인천 대기오염 주범인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를 조기 폐쇄하겠다는 인천시 계획이 무산되면서 시의 탄소중립 정책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시가 앞으로 시민들의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인천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화력발전소 운영이 중단되지 않는 이상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시각이 많다.

지역 환경단체는 시와 정치권이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23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인천시는 2022년 정부의 탄소중립 실현 목표 시점보다 5년 앞당긴 2045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배출량을 2018년 7481만3000t 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에서 2030년 4942만3000t CO2eq로 33.9% 감축한 뒤 2045년에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시는 발전 부문의 탄소 감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수립했다. 인천에서는 석탄을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소 등이 가장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내뿜는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시가 지난해 발표한 '2045 인천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보면 2018년 인천지역 탄소 배출량은 7481만3000t CO2eq로 이 중 발전이 57.1%(4329만3000t CO2eq)를 차지하고, 그다음은 ▲산업 18.5%(1367만4000t CO2eq) ▲수송 10.8%(712만6000t CO2eq) ▲상·공업 6.2%(507만1000t CO2eq) ▲가정 6%(448만3000t CO2eq) 순이었다.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은 영흥화력발전소에 집중돼 있다. 영흥화력발전소 1~6호기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3225만t CO2eq로 인천 전체 탄소 배출량의 4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2030년까지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를 조기 폐쇄해 수도권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크게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서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시가 요구해온 조기 폐쇄 문구가 담기지 않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 중장기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2년 주기로 수립하는 로드맵이다.

2004년 준공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는 화력발전소 설계 수명(약 30년)을 고려할 때 2034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조기 폐쇄 시점과 내구연한 종료 시기의 차이는 4년에 이르며, 이에 따른 환경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영흥화력 조기 폐쇄 문구를 넣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시 차원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안정적 전력 수급을 목적으로 설치된 화력발전소로 수십년간 환경 피해를 본 시민들을 위해 조기 폐쇄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인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서울과 경기로도 보내진다”라며 “하지만 발전소에서 내뿜는 탄소 등 환경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건 인천시민들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이기 때문에 시와 정치권이 지속해서 조기 폐쇄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저작권자 © 인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