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초, 3일간 ‘2025 디지털 가현! 미래교육 체험 페스티벌’ 진행
학교 전체 디지털 체험 부스로 변신
전문 강사 초빙해 능동적 디지털 학습
박계원 교장 “미래사회, 학생 중심 체험교육 확대”

디지털 전환이 일상이 된 시대, 교육 현장은 더 이상 기존의 교과 중심 수업만으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낼 수 없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학생들은 이미 다양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은 여전히 ‘기술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포 가현초등학교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전체를 미래기술 체험 공간으로 전환해 진행한 대규모 디지털 페스티벌은 디지털 교육의 방향과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장면을 제공한다.
가현초등학교의 이번 행사는 교실, 체육관, 과학실, 컴퓨터실 등 학교 내부의 모든 공간을 AR, 드론, 생성형 AI, 로봇 코딩, 게임형 코딩 등 프로그램별 체험 부스로 재구성해, 학생들이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로서 디지털 기술을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학년별 발달 단계에 따라 놀이형 로봇부터 심화 AI 실습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학생들은 직접 로봇의 동작을 설계하고, 드론을 조종하고, 데이터를 분류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기술 원리를 몸으로 익혔다. 이는 단순 체험을 넘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 해결력·논리적 사고·협업 역량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는 중요한 학습 과정이었다.

26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에 위치한 가현초등학교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 동안 전교생을 대상으로 ‘2025 디지털 가현! 미래교육 체험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학교 전체를 미래기술 체험 공간으로 전환하는 실험적 교육을 펼쳤다. 이번 행사는 48학급, 1280명의 학생이 모두 참여한 대규모 디지털 교육 축제로, 초등학교 단위에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AI·디지털 융합 교육이 운영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행사가 열린 3일 동안 가현초는 교실, 놀이체육실, 체육관, 과학실, 컴퓨터실 등 학교 내부 공간을 모두 개방해 8~9개의 프로그램을 순환 체험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학급 단위로 이동하며 각기 다른 디지털 체험을 경험했다. 프로그램은 단순한 전시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전문 강사가 투입돼 학습 목표와 체험 목표가 병행되도록 구성됐다.

1·2·3학년은 발달 수준을 고려해 ‘놀이형 로봇·기초 코딩’ 중심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니봇, 알버트, 오조봇, 스택버거, 파이프워크, 브릭자동차 등 기초 로봇과 언플러그드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학생들은 20분 단위 로테이션 방식으로 교구를 직접 조작해 순차적 사고, 논리 구조 이해, 문제 해결력 기초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실제 로봇을 처음 만져봐 체험 도중 탄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4·5·6학년은 난이도를 한 단계 높인 심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체육관 중심으로 꾸며진 고학년 부스에서는 드론 조종, AR 양궁, 그래비트랙스, 생성형 AI 실습, 헬로메이플 기반 게임형 코딩, AI 키즈 연구소의 이미지 인식 모델 체험 등 보다 복합적인 디지털 활동이 운영됐다. AI 키즈 연구소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직접 데이터를 분류하고 모델 학습 과정을 체험하도록 구성돼 AI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드론 프로그램은 교사가 아닌 전문 강사가 안전장비와 조작법을 안내하며 진행됐고, 학생들은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드론을 활용했다.

행사가 실제 ‘학교 속 테마파크’처럼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전 준비가 있었다. 행사 전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설치 과정에서 체육관 한 곳에만 드론존, AR존, 그래비트랙스존, AI 체험존 등이 분할 배치됐고 컴퓨터실과 과학실에도 추가 장비가 설치됐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학교의 기존 공간에서 벗어난 듯한 몰입형 환경에서 체험을 이어갔다. 참여한 교사들은 수업 진행이 아닌 안전 관리와 이동 보조 역할을 맡아 학생들은 온전히 체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체험의 나열을 넘어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능동적 디지털 학습 경험’을 강조한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학생들은 프로그램별 미션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로봇이나 드론의 움직임을 직접 설계하거나 코딩 단계에서 오류를 수정하는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협동과 의사소통이 필요하기도 했다. 체험 부스를 이용한 한 6학년 학생은 “예전에 보던 AI나 드론이 학교 안에서 직접 움직이는 걸 보니 진짜 미래학교에 온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현초는 이번 행사를 ‘미래교육 실험’의 일환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존 수업 구조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기술 기반 프로그램을 대규모 체험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뿐 아니라 진로 탐색의 기회까지 넓혔다는 평가다.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학년별 발달 차이를 반영했으며, 학습자 중심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단순 체험이 아닌 문제 해결형 과정을 포함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박계원 교장은 “미래사회는 학생들이 기술을 단순히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그 원리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학생 중심 체험 교육은 가현초가 만들어 갈 미래교육의 중요한 축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디지털 가현’ 체험 페스티벌은 학교 차원의 미래교육 비전을 실제 현장에서 보여준 사례로, 교육 공동체가 함께 만든 참여형 축제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례는 미래교육이 단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기술의 원리와 구조를 이해하며 주도적으로 탐구하는 학습 환경을 만드는 데 핵심이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디지털 기술은 미래 사회의 언어이자 사고 도구가 되고 있으며, 학교는 그 언어를 ‘활용할 줄 아는 학생’이 아니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 전교생이 참여한 이번 시도는 그러한 미래교육의 방향을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향후 학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변화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