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학 후 다시 찾은 예술 세계 “정체성은 작가의 근본”
개인전 ‘노정’· ‘내 안의 나, 바라봄’ 통해 관객과 소통

▲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김진 작가.
▲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김진 작가.

“예술은 이상(理想)의 노예라고 했다. 이상은 하늘을 나는 날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이상을 위해 혼자 이 길을 가고자 한다.”

화가 김진. 그는 노정(路程) 개인전 때 작가 노트를 통해 이렇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김 작가는 호주로 유학을 떠나 뉴사우스웨일즈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귀국한 뒤에는 영어 강사로 활동하는 등 한동안 작품활동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0여 년 전 미술교습소와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다시 그 만의 예술세계를 만나고 있다.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난 다시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화가에게 정체성이란 가장 근본적인 주제이고 그림은 작가 자신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호주 유학 시절 김 작가는 풍경 추상화를 주로 그렸다. 날씨나 바람, 자연의 소리 같은 무형의 것들을 색으로 표현했다. 이는 내면의 세계를 색으로 시각화하는 시도였다. 아득하고 멀고 막연하고 모호했던 지평선은 늘 빠지지 않고 그렸다.

“나의 작업은 ‘나’라는 정체성을 탐구하다가 나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지점에서 맴돌다 멈추다, 맴돌다 멈추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 작가의 작품에는 자동차, 꽃 등이 등장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김 작가는 ‘노정’이란 작품을 통해 삶이란 길 위에 홀로 떠 있는 존재이고 유리병 속의 자연은 인공적 공간에 가두어진 인간의 삶을 속박하는 편견, 권위, 위선, 압력, 물질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걷는 길 위에는 꽃들이 행복하게 피어 있다. 나는 풀벌레의 합창을 들으며 즐겁게 길을 가고 있다. 간혹 무서운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는 두려움에 걸음을 멈춘다. 하지만 나의 호흡에 집중하고 미지의 세계를 꿈꾸며 다시 떠난다는 작가 노트의 글처럼 그는 비상을 꿈꾸며 새로운 날갯짓을 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이제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고 ‘나’라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는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관찰하고 표현해 가는 긴 여정을 떠나고 있다. 김 작가는 ‘노정’, ‘내 안의 나, 바라봄’ 개인전과 안양미술협회전, 포도미술전, 안양 코리아 아트 우수작가 300인전 등 그룹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 작가는 “이 길을 따라 다듬고 조금씩 진화해 가다가 먼 훗날 무엇으로 거듭났으면 좋겠고 닿을 수 없는 아득한 지평선으로 남더라도 바라볼 수 있어 즐거웠다고 회상하고 싶다”며 다시 붓을 들었다.

/안양=글·사진 이복한 기자 khan49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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