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작업 출발점이자 탐구하고 싶은 공간
갯벌·물속 노출…젖고 마르고 부패 과정 반복
“고민하고 질문하는 자세는 이어가고 싶어요”

▲ 강지웅 작가가 인천아트플랫폼 작업실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사이에 서 있다. 그는 사진을 물속이나 갯벌에 담가 변형되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아트플랫폼
▲ 강지웅 작가가 인천아트플랫폼 작업실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사이에 서 있다. 그는 사진을 물속이나 갯벌에 담가 변형되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아트플랫폼

“반짝이고 매끈하게 만들어진 사진보다 빛이 바래고 시간을 견뎌낸 사진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요.”

강지웅(28) 작가는 사진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사진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과정, 그 안에 존재하는 시차에 주목한다.

인천 출신인 그는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인천에서 보냈다. 현재는 인천 중구 신포동에 위치한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해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레지던시는 일정 기간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부터 사진을 찍고 감상하는 데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정형화된 기준에 맞춰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구도나 노출이 잘 잡힌 사진을 인화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사진의 매력도 알지만, 당시엔 그런 틀에서 벗어나 더 낯설고 불완전한 장면을 마주해보고 싶었어요.”

첫 작업은 강화도 인근 무인도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인화한 사진을 자연에 맡기고, 시간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사진을 조각 내 바다로 가져가 물속에 이리저리 넣어보고 그대로 두고 돌아왔어요. 다음 날 다시 가서 그 변화를 관찰했던 게 시작이었죠.”

그는 이후 사진을 갯벌이나 물속에 담가 습기와 먼지에 장시간 노출시키고, 젖고 마르며 부패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마주하는 '촬영'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시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사체를 집요하게 바라보는 감각을 되살리고 싶고, 렌즈를 통과한 빛으로 만들어지는 선명한 이미지도 다시 보고 싶어요.”

그에게 인천은 작업의 출발점이자 여전히 탐구하고 싶은 공간이다.

“인천은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된 도시라고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동네마다 마치 전혀 다른 지역에 온 것처럼 분위기가 달라요. 갯벌, 항구, 공항, 신도시와 공업단지까지 다양한 풍경이 공존해 자연스럽게 작업에 많은 영감을 받게 돼요.”

그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요즘은 사진 한 장의 결과물보다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돼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요. 왜 이 장면을 찍고 싶은지, 이 이미지를 통해 어떤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지 같은 것들이요. 질문은 계속 달라지겠지만, 고민하고 질문하는 자세만큼은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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