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내년도 복지예산을 편성하면서 장애인 관련 사업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해 시민사회와 복지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직업재활시설 운영비 등 장애인의 자립과 생존에 직결된 예산이 줄어들면서, 당사자 단체들은 “생존권을 예산으로 계산한 비인권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의회에도 수천 명의 동의서가 제출됐고, 정치권과의 간담회가 이어지는 등 예산 복구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기도는 복지예산 총액이 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원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국비 매칭사업 확대에 따른 결과일 뿐 도 자체사업에서는 214건 2440억원이 삭감됐다. 특히 장애인 관련 예산은 자립생활센터 운영비 감액, 직업재활시설 예산 25% 삭감, 지역사회재활시설 전액 삭감 등 구조적 축소가 이루어졌다. 도는 “중복되거나 효과성이 낮은 사업을 조정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장애인 복지처럼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역에 이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삭감의 기준과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드러내는 행위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구체적인 평가기준이나 사업별 효과성 분석을 제시하지 않았다. 공청회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줄인 것은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된 결정이다. 경기복지시민연대 등 복지단체들은 “도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예산을 불투명하게 다뤄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삭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본격 진행되는 도의회 예산 심사에서는 삭감된 장애인 예산이 반드시 올해 수준 이상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도민의 권리와 존엄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에 앞서, 충분한 근거 없이 이뤄진 삭감 결정에 대해 예산 당국은 날카로운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번 논란이 장애인 예산의 의미와 중요성을 근본적으로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복지는 효율이 아니라 존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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