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겁다. 정부와 국회는 환자 선택권 확대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성분명 처방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특정 회사의 제품명이 아닌 약의 성분만을 기재하고, 약사는 그 성분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조제하는 방식이다. 제네릭 의약품(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효능을 가진 복제약)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의료비 절감과 환자 편익 증진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단체는 환자 안전과 처방권 침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주성분·효능을 가져야 하며, 식약처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해야만 허가된다. 즉, 제도적으로 안전성과 효능이 보장된 약이다. 의사단체가 “제네릭은 품질이 다를 수 있다”는 막연한 불신을 내세우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 환자 안전을 진정으로 우려한다면,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불신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에게 직역 이익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처방권 침해 논란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더 저렴하고 접근성 높은 약을 선택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특정 제형이나 부형제를 고려해야 한다면, 그 사유를 처방전에 명시하면 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의료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의사단체의 주장은 환자 관점보다 직역 이익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 파업 사태, 수가 협상, 전공의 근무시간 문제 등에서 '환자 안전'보다 '의사 권익'이 먼저라는 인상을 받은 국민이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직역 갈등이 아니라 환자 중심의 의료다. 환자는 더 저렴하면서도 동일한 효능을 가진 약을 처방받을 권리가 있다. 성분명 처방은 국민 건강과 의료비 절감이라는 공익적 과제다. 환자 입장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