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제작한 홍보영상 '하이러닝 AI서논술형평가 2035 하이러닝'이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영상 속 AI는 학생과 대화하며 교사의 답변을 “거짓말”로 규정하거나, 교사의 태도를 조롱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교사들은 이 영상이 교사의 전문성과 진정성을 희화화하고, 학생과의 신뢰 관계를 훼손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교육청은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문제는 단순한 콘텐츠 실수가 아니다. 이런 스토리라인을 기획하고 승인한 사고방식 자체가 더 근본적인 우려를 낳는다.
AI를 교육에 도입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맞춤형 학습, 평가 자동화, 교사 업무 경감 등 긍정적 효과도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은 어디까지나 교육을 보조하는 수단이지, 교사를 대체하거나 평가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영상은 AI를 교사보다 더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자로 묘사하며, 기술 만능주의적 환상을 강화했다. 이는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위험한 메시지다.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인간 간의 상호작용과 정서적 지지를 포함하는 복합적 과정이다. 교사는 학생의 감정을 읽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며, 때로는 모호한 질문에 열린 답변을 제시한다. 이를 “거짓말”로 규정하거나, AI가 더 나은 대화 상대라는 식으로 연출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을 폄하하는 상징적 폭력이다.
이번 사건은 콘텐츠 감수 과정의 부재, 현장과의 소통 부족, 기술 중심 행정의 폐해를 드러낸다. 교육청은 교사와의 협력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홍보하려 했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감수성과 윤리적 기준을 갖추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AI 시대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행정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문제는 영상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이런 발상이 지속되는 한, AI 활용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과 충돌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AI 활용 교육의 윤리적 기준을 정립하고, 교사와의 협력적 콘텐츠 제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