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 남단 일대(6.32㎢)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개발하는 사업안이 추진 중이다. 경제자유구역이란 이름은 듣기만 해도 설렌다. 그러나 송도·영종·청라를 들여다 보면 “과연 이곳이 경제자유구역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경제자유구역의 본래 목적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첨단산업과 물류거점을 육성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핵심 키워드는 산업이 아닌 주거, 학군 등으로 꼽힌다.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IBD)만 보더라도 상업·업무용지 비율은 약 47%다. 반면 주거 용지 비율은 무려 약 93%에 달한다. 기업 유치는 지지부진한 반면, 돈이 되는 공동주택 위주로 개발한 모양새다.
이러한 실상은 강화 남단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개발 계획상 강화 남단의 주거 용지 비율은 13.3%로 기존의 청라(13.1%), 영종(12%), 송도(8.1%)보다 높다. 주거 용지가 일반 내국인 수요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경제자유구역 특례취지(외국인, 다국적 기업)와 부합되지도 않는다.
기본 목표와 방향을 잃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오히려 지역 간 극도의 불균형만을 가져오고 있다. 송도와 청라의 국제학교, 프리미엄 주거단지는 도시 내부의 계층적 분리선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원도심과의 소득·교육·주거 격차는 심화했다. 대신, 경제자유구역 밖의 시민들에게는 주거난과 교통난,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만 남았다.
경제자유구역의 울타리가 사회적 경계선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결국, '세계 일류도시' '국제 허브도시'를 내세우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이면에는 원도심을 더욱 낙후시키는 그늘만이 짙게 깔렸다. “경제자유구역은 더 이상 '경제'도 '자유'도 아니다”라는 시민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주거와 상업 위주의 개발을 멈추고 첨단 제조, 바이오, 디지털 물류산업 중심으로 토지이용을 재편해야 한다. 산업용 비율을 높이고, 기업 입주 성과를 평가지표에 반영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개발이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시키는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누리는 권리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제 경제자유구역의 그늘에 가려진 허상을 걷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