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최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감사에서 소방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경기도 소방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경고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방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된 지역 특성상 화재, 구조, 구급 등 각종 재난 대응이 일상화되어 있다. 실제로 경기도 소방공무원 1인당 연간 출동 건수는 약 1300건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인력 충원과 장비 확충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결국 현장 대응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감사에서는 지휘역량센터(CICT)의 시설 노후화와 협소함도 도마에 올랐다. 재난상황에서 지휘체계의 효율성은 생명과 직결된다. 핵심시설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가 된다. 또한 시범장 355곳 중 82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은 소방훈련의 안전성마저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이다. 반복되는 재난 현장 출동과 극한 상황 속에서 PTSD와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소방행정이 단순히 물리적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방적 차원의 정신건강 지원 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제 경기도는 소방행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첫째, 인력과 장비의 확충은 기본이다. 단순한 수치상의 증원이 아니라, 현장 수요에 맞춘 전략적 배치가 필요하다. 둘째, 시설 개선과 안전 점검을 정례화해 지휘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전문 인력 배치와 상담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넷째, 소방행정의 디지털화와 스마트 기술 도입을 통해 대응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소방은 재난대응의 최전선이다. 그들의 안전과 역량이 곧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경기도는 더 이상 소방행정을 '지원'의 영역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제는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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