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세월, 바다가 새긴 걸작

백령 두무진, 해안선 따른 절경
용틀임바위·사곶해변 등 장관
대청 나이테바위, 지층 구조 신비
소청, 분바위 진귀…지질 가치 높아
시, 점박이물범 마스코트 지정·보호

국가지질공원 6년차 '생태계 보고'
유네스코 등재 착수…北 반대로 중단
시 “남북 관계 개선시 재추진 최선”

▲ 백령도 점박이물범
▲ 인천 옹진군 백령도 두무진 전경. 두무진은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높이 50m 내외 규암 절벽이다. /사진제공=인천시
▲ 인천 옹진군 백령도 두무진 전경. 두무진은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높이 50m 내외 규암 절벽이다. /사진제공=인천시

서해 최북단에 있는 인천 백령·대청·소청도 일대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지 올해로 6년을 맞았다. 이들 섬은 수만년 동안 파도가 깎아낸 해안 절벽, 바람이 모래를 끝없이 밀어 올려 만든 사구, 자연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낸 기암괴석 등 신비롭고 아름다운 지질 유산을 품고 있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점박이물범 등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가 조성돼 있어 섬 전체가 생태계 보고로도 불린다. 인천시는 이런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2023년부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올 5월 북한의 반대 의견으로 세계지질공원 지정 절차가 무기한 중단됐지만 접경지역에 위치한 섬의 지리적·생태적 가치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여정 자체가 대한민국과 인천에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억겁의 시간 자연이 만든 유산

옹진군 백령·대청·소청도에는 모두 10개의 지질 명소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무진은 백령도 북서쪽 약 4㎞에 걸친 해안선을 따라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높이 50m 내외 규암 절벽이다.

 ▲ 인천 옹진군 백령도 용틀임바위 인근에서 백령초 학생들이 바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인천 옹진군 백령도 용틀임바위 인근에서 백령초 학생들이 바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지각 변동으로 지층이 휘어지고 끊어진 구조가 선명히 드러나 있는 용틀임바위도 한반도 지각 발달사를 규명하는 데 기여할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콩돌해안에도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사방에 깔린 조약돌은 바람에 부서진 돌 조각들이 둥근 콩 모양으로 변한 것이다. 매우 곱고 균질한 모래로 이뤄진 사곶해변은 전 세계에 2곳밖에 없는 천연비행장 중 하나로 유명하다.

대청도에는 지층이 서 있거나 뒤집힌 바위들이 많은데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도 그중 하나다. 지층이 세로로 서 있는 모습에서 지각 변화의 힘을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색이 층층이 교차해 신비한 경관을 선사한다.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온 모래로 언덕이 형성된 옥중동 해안사구도 대표적 지질 유산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소청도에는 백색 석회암이 높은 압력을 받아서 대리석으로 변한 분바위가 진귀한 유산으로 손꼽힌다. 특히 이 섬에 보존돼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지형은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 생물 가운데 하나인 단세포 원시 미생물 위에 작은 퇴적물 알갱이가 겹겹이 쌓여 형성된 퇴적 구조로 이뤄져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대한지질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펴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을 위한 지질 유산 설명 및 국제적 중요성의 정당성' 논문을 보면 “백령·대청 지질공원 퇴적층은 9억5000만년 전부터 쌓여서 8억8500만년 전에 굳어졌다. 지층에서 돌레라이트(현무암과 섬록암의 중간 성질을 가진 미세 결정질) 암석을 살펴볼 수 있다”며 “로디니아 초대륙 분열과 곤드와나 초대륙 조립 시기 지체 구조와 고지리를 연구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 인천 옹진군 소청도 분바위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 인천 옹진군 소청도 분바위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살아 있는 '생태계 보고'

제331호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은 백령도 생태계를 대표하는 법정 보호종이다. 겨울철 중국 보하이 랴오둥만 유빙에서 새끼를 낳고 백령도로 내려와 봄부터 늦가을까지 먹이 활동을 한다. 주로 하늬해변과 두무진, 연봉바위에서 관찰된다.

인천녹색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 조사 결과, 올 8월 기준 백령도를 찾은 점박이물범은 모두 355마리로 집계됐다. 환경단체는 점박이물범을 보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개체수와 서식지를 조사하고 있다.

▲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서 관찰된 점박이물범.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서 관찰된 점박이물범.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관계자는 “백령도 점박이물범 개체수 변화와 어린 개체수 증가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백령도를 비롯한 주변 해역에 대한 폭넓은 조사가 필요하다”며 “중단된 한중 점박이물범 조사를 위해 정부와 민간 간 교류 협력 활동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는 점박이물범을 시 마스코트로 지정하는 등 보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하늬해변 앞 물범바위 인근에 들어서는 백령도 생태관광체험센터는 점박이물범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몸 전체가 녹색 광택이 나는 검은색 깃털로 덮인 쇠가마우지와 번식기에 뒷머리 장식깃이 발달하는 노랑부리백로 등 법정 보호종 조류들은 하늘을 날다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백령도를 찾곤 한다. 다양한 식물군도 분포하고 있다. 범부채와 대청붓꽃, 순비기나무, 해당화 등 희귀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세계지질공원' 등재, 현재 진행형

시는 2019년 7월 백령·대청·소청도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직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준비에 착수했다.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지질공원으로 지질학적 중요성뿐 아니라 고고학적·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자연 유산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제주도(2010년), 경상북도 청송(2017년), 광주광역시 무등산권(2018년), 강원도 한탄강(2020년), 전북 서해안(2023년), 충청북도 단양군(2025년), 경상북도 동해안(2025년) 등 총 7곳이다.

시는 2023년 6월 백령·대청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후보지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후 환경부 현장 실사를 통해 지난해 세계지질공원 후보지로 선정되자 시는 본격적으로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올 5월 인접 국가인 북한이 유네스코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세계지질공원 지정 절차는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정부와 시는 북한의 구체적 반대 이유 등을 확인 중이며 특히 시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빠른 시일 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절차가 재개되도록 백령·대청·소청도 국가지질공원을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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