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지혜 학생 오빠 이정환 씨 등
중구청 앞서 개정 촉구 기자회견
“희생자로 공식 인정해야” 목청
“평등권 침해하는 명백한 차별”
구 “권익위 결정 먼저” 입장 고수
“명예 회복안 나오면 반영 노력”
유가족·시민사회, 1인 시위 전개

“26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아야 했던 어린 동생에게 덧씌워진 '주홍글씨'를 끝내 지워주지 못한, 참으로 못난 오빠입니다.”
25일 오전 '평등권 침해하는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인천 중구청 앞. 1999년 인현동 화재 참사로 열일곱 나이에 숨진 고 이지혜 학생 오빠인 이정환(45)씨는 “그저 알바를 하고자 했던, 그러나 부패한 사회 안전망의 희생양이 되고만 청소년이었다”며 동생을 떠올렸다. <인천일보 10월29·31일자 3면 '잃어버린 명예, 그 후'>
고 이지혜 학생은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 57명 가운데 한 명이지만,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러 화재 현장에 갔다가 보상에서 배제됐다. '인천시 중구 인현동 화재 사고 관련 보상 조례'는 “실화자와 가해자이거나 그 종업원과 건물주 및 공무 수행 중인 자”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씨는 “동생에게 씌워진 '가해자' 굴레를 벗겨내고, 참사 희생자로 공식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 중구의회 마지막 회기인 정례회 일정이 시작된 이날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인천지역연대 등은 기자회견에서 보상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이재원 유가족협의회장은 “아르바이트를 했을 수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화자나 인명 피해를 키운 가해자와 똑같이 취급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조항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과 지역 단체들은 지난 8월7일에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상 조례 문제점을 제기했다. 인천시 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진정을 제출했다.
하지만 석 달여가 지나도록 중구의회에선 조례 개정안조차 발의되지 않고 있다. 중구 역시 “권익위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전날 유가족 면담에서 김정헌 중구청장은 “구제책을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권익위 등을 통해 명예 회복 방안이 나온다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을 기점으로 내달 11일까지 중구의회 정례회 기간에 유가족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중구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미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처장은 “벌써 2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인현동 화재 참사 피해자 명예와 권리는 회복되지 못했다. 늦었지만 중구와 중구의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지적했다. 장시정 인천지역연대 상임공동대표도 “조례 개정은 사회적 참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